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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진 Aug 01. 2020

LOVE가 뭐길래?_센트 줄리안

레몬 블루 몰타

부산의 해운대 같은 바닷가

그러나 뒷골목은 낡고 허름한 느낌의

슬리에마를 뒤로 하고

계속해서 센트 줄리안으로 간다.


센트 줄리안 (St. Julian's)

지역 이름에 st 가 붙는 걸 봐서는

크리스트교의 성인과 관련 있지 않을까

추측해 보는데 (아니면 말고),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찾아보기 귀찮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사진 찍을 거리 없나 두리번거리다가

어느 항구가 눈에 띈다.


구글 맵으로 확인해보니

이곳은 스피놀라 베이 (Spinola Bay)라 한다.  

오래전에 지어진 건물만 있다면

나름의 운치가 있으련만,

예스러운 건물 뒤로 보이는

타워 크레인이 분위기 확 깬다.




스피놀라 베이에서 유명한 포인트는

'LOVE'를 거꾸로 세워 놓은 조형물이다.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 쓰여 있는 것 같긴 한데

영어로 쓰여 있지 않아 독해 불가.

(영어로 쓰여 있어야 사전이라도 찾아볼 텐데

 아랍어인지 몰타어인지 알 수 없는 글자로

  LOVE 조형물 구석에 몇 문장 쓰여 있다)



LOVE 조형물은 인도를 사이에 두고

두 개가 마주 보고 있다.

왜 두 개일까?

사랑이란, 외사랑 (one-side love)가 아니라

서로서로 하는 것이라서?



뿐만 아니라

왜 물구나무를 선 'LOVE'일까?

혹시 난간에 가까운 LOVE의 그림자가

물 위에 반영될까?

물 위에 LOVE의 그림자가 비친다면

태양의 각도는 어느 정도여야 할까?

사진 촬영한 시간이 18시경인데

13시~14시경이라야

물 위의 그림자를 볼 수 있을까?

조명이 있는 걸로 봐서는

밤에 라이팅을 한다는 뜻인데

해가 지는 21시까지

여기서 계속 기다려야 할까?

아니면 내일 13시경 다시 와야 할까?

꼬리에 꼬리를 물며 생각에 잠긴다.

그러나 다음 일정이 있기에

내일 다시 이곳에 다시 온다거나

완벽한 어둠을 기다릴 수는 없다.




여행자들은 이 조형물을 뒤로하고

사진 촬영이 한창이다.

그런데 'LOVE'가 있는 곳에는

항상 자물쇠가 있나 보다.

'사랑'을 자물쇠로 잠가 놓고 싶은 마음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글로벌 공통인 듯.

(솔직히 그렇게 한다 해서

 깨질 커플 안 깨지는 건 아닐 텐데... 흥!)

서울 남산 타워의 자물쇠가 생각난다.

이곳의 자물쇠보다 훨씬 많은 남산의 자물쇠들,

자물쇠를 사 본 적도

남산 난간에 걸어본 적도 없는 나는

서울에서나 몰타에서나 흥,칫,뿡,

시기심을 내뿜으며 셔터만 눌러댄다.


'내가 몰타까지 와서 자물쇠를 봐야 하나?

 이럴 바엔 차라리 남산에 올라가지'

잠시 투덜거리다가

스피놀라 베이 부근에 있다는

한국인 레스토랑을 찾아간다.



몰타에 있는 유일한(?)

한국인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클럽 스시 (CLUB SUSHI)>


서양의 여느 한인 레스토랑처럼

단시 한국 음식만 판매하는 게 아니라

일본 음식도 함께 한다.

건물 밖에 공개한 메뉴를 보니

불고기 덮밥, 비빔밥, 보쌈,

돈가스, 텐동 등 여러 가지 많다.


나는 참치를 주문했다.

평소 여행지에서 한국 음식을 찾지 않고

최대한 현지의 전통 음식이나

가정식을 맛보려 하는 편이지만  

몰타는 지중해의 섬나라인 만큼

각종 해산물이 신선하고

특히 참치가 유명하기에

'탕진 잼'을 떠올리며 주문했다.


참치를 먹으면서

셰프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한국에서 몰타에서 난 구인 공고를 보고

이곳까지 왔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그간의 삶이 그리 녹록지 않았을 텐데

잠시 지나가는 한국인 여행자에게

그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기에는

당연히 서로의 교감이 짧았다.

손님이 아직 꽉 차지 않은 초저녁,

양해를 구하고 사진 몇 컷을 찍고 나왔다.



발레타로 돌아가야 할 시간.

이번엔 버스를 타고

슬리에마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슬리에마에서 바라본 발레타 야경이

그리 멋있다는 말을 듣고

어둠이 내려앉기만을 기다렸다.


다행히 석양빛이 예쁘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도시인 발레타,

저무는 햇빛을 받아 더욱 아름답다.


석양빛에 잠긴 슬리에마 항구


하지만, 오늘의 베스트 샷은

노을을 머금은 슬리에마 항구 같다.


한낮의 풍경과는 매우 다른 느낌

곳곳에 서 있는

타워 크레인이 불편하긴 하지만

현대식 건물의 불빛과 어우러지는 석양빛과

바다에 떠 있는 요트 풍경은 황홀하다.


생애 처음 와보는 몰타, 슬리에마에서

저무는 빛을 보며

아까 본 LOVE를 다시 떠올린다.


사랑(LOVE)이란 무엇일까?

거꾸로 서 있는 두 개의 조형물일까

아니면 자물쇠일까

그것도 아니면 석양빛 같은 것일까?



***여행팁톡(Tip Talk)***

레스토랑 < CLUB SUSHI >

www.clubsushimalta.com

+356 27 331 555

- 치킨 불고기 덮밥 : 13유로 (1만 8천 원)

- 보쌈 : 20.5유로 (2만 9천 원)

- 텐동 : 12.5유로 (1만 7천 원)


#몰타 #랜선 #여행 #코로나 #끝나면

#몰타로가시죠 #슬리에마 #센트줄리안

#malta #st #julian's #love #사랑 #석양

#sunset #lighting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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