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내 마음을 열어봤을 때 먼지가 쌓여있지 않도록

세상에서 가장 분위기 있는 사과를 파는 식료품점 the Stores

by Minah
오늘 들은 수업은 주말 아침 맞이 meditation 클래스였다.


나에게 있어 하루를 시작하는 완벽한 방법은 스튜디오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하루의 시작 혹은 끝을 스튜디오에서 하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때로는 격한 운동에 몸이 힘들 때도 있고 어느 날엔 반대로 마구잡이로 날뛰어대는 마음을 누르고 차분하게 앉아 요가를 하느라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때도 있지만 항상 스튜디오에 다녀오고 나면 '역시 다녀오길 잘했다' 싶다. 거기서만 얻는 치유의 에너지가 있기 때문일 것 같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어떤 부분이, 풍경이, 분위기가 사람에게 그토록 큰 위안을 주는지.


아무튼 오늘은 meditation 수업을 들었는데 다 같이 단체로 안대를 끼고 베개 위에 누워 명상을 하다가 따뜻한 티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스튜디오를 나섰다.

스튜디오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식료품점 the stores


스튜디오에서 나와 집으로 오기 위해 늘 걸어가던 똑같은 길이 아닌 반대의 길로 향했다. 무엇이 있을지, 특별한 게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브리즈번의 동네 주택가를 구석구석 돌아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이다.


목적지까지 조금 돌아간다 한들 그건 그 나름대로 다 의미가 있다. 무조건 빨리 간다고, 직진으로만 향한다고, 그것만이 행복해지는 길은 아니다. 늘 의외의 곳에 행복이 있다. 그리고 그 행복은 내가 가장 예상치 못했을 때 발견할 수 있다. 그렇게 식료품점 the stores를 우연히 만났다.


이렇게 분위기 있는 과일들이 또 있을까.


the Stores는 일반적인 동네 대형마트와는 조금 다르다. 식료품이나 상품의 양이 많거나 스펙트럼이 넓은 건 아니지만 고르고 골라 제품을 선정해 놓았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식재료들은 약간 가격이 있지만 최상의 상품들로만 갖춰놓았고, 이국적인 수입상품이나 레디 투 고 음식들도 희소성 있고 인기 있는 것들로만 선별해 놓았다.

단순 장보기를 떠나 하나하나 상품들을 구경하고 알고 싶은 느낌이다.


한편에 있는 커피와 꽃 코너.


식재료 코너를 지나쳐오면 예쁜 꽃들과 커피를 파는 파트가 있다. 이런 공간에 오면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드는 생각은 내가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무르고 있는 나의 집도, 방도 이렇게 꾸며두고 싶다는 생각이다. 집이랑 방은 내 마음을 그대로 시각화해놓은 결정체라고 생각하니까. 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아이템들로만 고르고 골라 비우고, 치우고,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늘 돌보고 싶다.


누군가 나의 방을, 내 마음을 열어보았을 때 잡동사니가 켜켜이 엉켜 번잡하고, 실타래가 엉켜 어디서부터 만져야 할지 모르고, 오랜 시간 방치해 먼지가 잔뜩 쌓인 그런 모습이 아니기를 바란다.

매일 노력해야겠지. 그 누구보다 내가 좋아할 수 있도록.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같은 물건도, 어떻게 가꿔주고 돌봐주느냐에 따라 이렇게 달리 보이는데 나의 몸과 마음은 오죽할까.

항상 최상의 상태로 살아갈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보다는 나아진 모습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렇게 부지런히 감사하게 살아가고 싶다.

벌크로 음식을 통해 넣어두고 원하는 만큼 그람수대로 판매하는 곳


the Stores에 입점해 있는 the source bulk foods는 식료품을 그램수에 따라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 살 수 있는 곳이다. 주로 견과류나 말린 과일들을 팔고 있는데 각각의 상자 위에 언제 입고된 건지, 유통기한은 언제인지에 대한 정보를 꼼꼼히 깔끔히 정리해두었다.


칠판에 적어놓은 the source 사용법.


종류도 정말 많지만, 제품을 사는 방법도 직관적이다. 본인이 준비해온 통이나 가게에 있는 종이봉투를 집어 그 위에 사려고 하는 제품번호를 쓰고, 그 후에는 스스로 무게를 잰 후 몇 그람인지 적어주면 된다. 그 후 카운터에 봉투를 들고 가면 결제 후 끝.


갈고닦아준 정성만큼 제품들이 조명 빛 밑으로 빛나고 있다. 애정을 준만큼 빛난다는 게 실감이 난다.


3가지 종류의 조명이 힘을 합쳤다.



로고부터 3개의 조명 색, 제품 디스플레이, 드라이플라워까지 모든 게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조합이다. 같이 있을 때 서로를 더 빛나게 해주는 플래시 라이트 같은 느낌이다.


갖고 싶어 만지작 거렸던 작은 천 주머니


한 구석에는 일회용 종이봉투 대신 벌크의 식재료들을 소분해서 담을 수 있는 천 주머니를 팔고 있었다. 넉넉하게 짜인 직물로 만든 천 주머니도, 끈 색도 예뻐서 살까 말까 계속 고민했다.


쇼핑을 다 하고 나오면 위치한 Black star 카페


여유롭게 한 바퀴를 둘러보고 맨 마지막에 위치한 블랙 스타 카페에 발이 닿았다. 주말 아침 이른 시간인데도 근처에 있는 동네 주민들이 하나둘 모여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아기와 강아지를 데리고 온 가족들과 무심한 듯 큰 식물들과 공간을 크게 가로지르는 전구 조명들이 예쁘다.

아이스 소이 라테 한 잔.


매일매일 내가 관찰하고 발견하고 느끼는 감정들을 잊지 않도록 커피 한 잔 마시며 일기를 쓰고 덩달아 함께 누리는 주말 아침 여유.

집으로 돌아가는 반대 방향의 길에서 우연히 발견한 조용하고 평화로운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