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좋은 놈이 성공한다
요즘 사이토 히토리 님의 책들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절판되었던 책도 복간이 되기도 해서 반갑습니다.
사이토 히토리 님의 책은 보통 부자를 꿈꾸는 맥락에서 읽힙니다.
하지만 이 분이 갖고 있는 단순 명쾌한 직관은 삶에 큰 통찰을 건네주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사이토 히토리 책을 만난 것 자체가 칼 융이 말한 공시성(싱크로니시티)의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직장 생활을 할 때, 프로젝트 수주나 진행을 위해 외근을 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요,
마침 방문했던 회사의 대표님이 독서경영을 기치로 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요 거래처에서 방문하는 손님들에게도 자비로 구입한 그 달의 추천책을 나눠주곤 하셨거든요.
그때 건네받은 책이 '성공한 사람들의 독서 습관'이란 책이었습니다.
제가 이 책의 만남이 칼 융의 공시성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 책이 제게는 삶에 큰 영향을 준 책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도 좋았는데, 이 책 속에 소개된 다른 저자들의 책들도 많이 알게 된 계기가 되었고요. 재미있는 건, 그날 저와 같이 책을 받았던 회사의 다른 분께는 이 책이 그다지 큰 의미를 갖지 않았습니다. 여러 좋은 책 중 그저 한 권일뿐이었죠.
제가 외근으로 그 회사를 방문하게 된 것도 공시성의 인연이라 생각합니다. 정식 프로젝트로 진행 중이어서 자신의 담당 거래처면 그 회사를 방문하는 게 당연하지만, 제가 그날 갔을 때는 아직 프로젝트 수주 전이어서 팀원 중 한 명이 임의로 가게 되었거든요. 마침 제가 그 회사를 방문하게 된 거였죠.
책에 대해 잠깐 소개하자면, 아쉬운 점이 있는 책입니다.
이 책 정말 재미있는데, 제목이 매우 아쉽습니다.
제목만 보면 꽤나 딱딱하고 흔한 자기 계발서 같아서 흘려버릴 수 있는데,
실제로는 열정 가득한 유도부 출신의 괴짜 서점 주인이 등장하고, 그의 부탁을 받은 저명한 인사들이 자신의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이거든요.
모두가 그 동네에서는 책방이 안될 거라고 말리는데, 서점 주인의 오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싱싱한 제철 과일 구비하듯이, 주인장의 마음에 쏙 든 책들을 골라서 추천하다 보면 어느 순간 어떤 재력가가 자신이 추천한 책에 감동받아 '그 책 멋지군. 천 권 주문하겠네.'라는 일이 일어날 거란 막연한 확신이 있더라고요.
피식하고 웃어넘길만한 이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천 권을 주문한 사람은 바로 사이토 히토리 님이었죠. (이 책의 절판을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지금 확인해 보니 다행히 전자책은 아직 구매가 가능하네요. :) )
아무튼 이렇게 사이토 히토리 님을 알게 되어 당시 나와있던 이 분의 저서와 이 분의 제자들의 저서를 모두 읽었습니다.
그중 특히 오늘 소개할 '운 좋은 놈이 성공한다'와 '1퍼센트 부자의 법칙'을 계속 읽다 보니, 100%는 아니더라도 이 분의 가치관에 공감하는 부분은 완전히 체화되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원래 이런 생각을 하고 살았던 건지, 이 책을 읽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말이죠.
그렇게 많이 읽었던 책이니, '운 좋은 놈이 성공한다' 책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은 늘 마음 한편에 남아있었는데, 얼마 전 이 책의 에피소드 한 편이 새롭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내면의 그림자 에너지 통합 관점에서 말이죠.
책에 나온 에피소드를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가마타 씨는 매우 부지런한 사람인데, 그에게는 장동건만큼 잘생겼는데 일은 하지 않고 파도타기만 하고 있었다. 가마타 씨는 동생을 볼 때마다 '정말 한심한 녀석이야'라는 생각을 했다. 묘하게도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형제간에 싸움이 일어났다.
사이토 히토리 씨는 가마타 씨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이봐 가마타! 동생이 일을 안 해서 정말 당신이 힘든 적이 있어?"
이 질문에 가 마타 씨가 세계를 보는 인식이 바뀌었다. '동생이 파도타기만 한다고 해서 그 녀석이 힘들 것도 없고, 그렇다고 내가 힘든 것도 아니지. 내가 열심히 일해서 사업가가 되면 그 녀석 하나쯤이야 얼마든지 먹여 살릴 수 있으니까.'
신기한 건 이렇게 생각하자 동생이 일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일 안 하면 그 녀석만 힘들지, 내가 힘들겠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 녀석 하나쯤은 내가 먹여 살릴 수 있어. 그건 뭐 그리 힘든 일도 아니지'라고 마음 바꿔 편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제삼자 입장에서 보면, 일 안 하고 파도타기만 하는 동생이 인생에 뭐 그리 큰 문제가 될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의 가치관이 '성실하게 일해야 한다'에 고착되어 있으면, 이 사람에게는 일을 하지 않는 가족이 상당히 큰 고통으로 다가옵니다.
상황을 바꾸어 나에게 고통을 주는 가족을 얼마든지 대입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일으키는 문제 뒤에는 반드시 '저 사람은 저러면 안 되고 이렇게 해야 해'라는 나의 가치관이 숨어있습니다.
돈 문제를 일으키는 가족이라면 '저 사람은 저렇게 하면 안 되고 이렇게 해야 해'라는 가치관,
책임을 회피하는 가족이라면, '저 사람은 저렇게 하면 안 되고 이렇게 해야 해'라는 가치관,
욕망이 제어가 안 되는 가족이라면, '저 사람은 저렇게 하면 안 되고 이렇게 해야 해'라는 가치관,
남을 통제하려는 가족이라면, ' 저 사람은 저렇게 하면 안 되고 이렇게 해야 해'라는 가치관,
남 앞의 체면만 차리다가 가족에게 함부로 하거나,
반대로 남 앞에서 부끄럽고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가족이라면, '저 사람은 저렇게 하면 안 되고 이렇게 해야 해'라는 가치관이 올라옵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문제면 저 뒷문장을 내 사례에 맞춰 구체적으로 완성해 보세요.
(해당되지 않는 문제라도, 어떻게 내 사례에 맞는 문장을 완성해야 할지 감이 오실 겁니다.)
여기에 어떤 말들을 대입하든, 자신이 그 가치관에 고착되어 있기 때문에 고통을 느낍니다.
그리고 자신의 힘으로는 상대가 일으키는 문제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라 생각하기에 고통을 느낍니다.
그런데 한 발 뒤로 물러나서, 내 힘이 더 크다면, 진짜 이 문제가 힘들까?라고 생각해 봅니다.
이 문제를 다룰 힘이 더 크면 힘들지 않습니다.
그 순간 사이토 히토리 님의 에피소드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결국 현재 내 능력의 한계 지점에서 알을 깨고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자각하라는 말입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형이 동생을 분리해서 비판적 태도로 볼 때마다 갈등이 일어난 것도, 정확하게 통합을 원하는 내면 그림자 에너지의 작용에 들어맞습니다.
그저 '힘들지 않다'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자각이 충분히 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진짜 자각이 되면, 갑자기 세상의 문제가 한 발 밑에 내려다보이며,
내가 뭔가를 할 수 있겠다는 의욕이 솟습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뭘 할 수 있겠구나 아이디어가 샘솟고, 당장 작은 일 하나라도 실천하고픈 의지가 생깁니다. (그렇다고 맨날 계획만 짜고 있는 게 아니라, 실제로 실천을 해야 의미가 있겠죠.) 그렇게 또다시 내면의 그림자를 껴안고 통합하며 더 큰 나로 나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