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일상에세이
지금 독일은 부활절휴일기간이다.
그래서 아이들도 오늘부터 월요일까지 휴일이다.
대부분은 여행을 가거나 가족들을 만나러 간다.
그리고 부활절휴일의 하이라이트
달걀사냥 이벤트를 한다.
부활절 토끼가 (Osterhase) 숨겨놓은
달걀을 찾는 것인데,
슈퍼마켓에서 파는 달걀 모양의 초콜릿을 숨겨놓고 아이들로 하여금 찾게 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도 작년과 재작년에 집안에 숨겨놓은
초콜릿 달걀을 찾게 했는데, 경쟁이 과열되어서
결국 달걀을 덜 찾은 둘째가 울면서 끝이 났었다.
그렇지만 엄청 재미있었다고 했다.
어제 윗집이웃이자 친구 라우라가
자기 머리카락을 좀 다듬어 달라는
도움을 요청해서 오늘 우리 집에 오게 되었다.
독일에서 미용실을 가는 것은 정말이지
돈을 소비하러 가는 느낌인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이다.
여자머리는 최소 40유로에서 시작하는 것 같고
남자머리는 25유로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
요즘은 한국도 비싼 미용실은 또 꽤 비싼 편이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도 들지만 문제는
마음에 들게 머리를 잘라주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그냥 머리를 깔끔하게 잘라주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느낌이랄까?
한국의 어떤 유행과 트렌드를 따라가는
다양한 스타일을 이 가격에 기대하기는 좀 어렵다.
그래서 아들도 그냥저냥 머리를 기르고 있고,
딸은 내가 헹켈머리가위로 잘 잘라주고 있다.
처음 왔을 때는 단발머리를 계속 유지하고 싶어
남편에게 머리를 맡겼었는데,
이제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작년 한국에서 머리를 자르고
단 한 번도 미용실에 가지 않았다.
라우라를 부엌의자에 앉혔다.
나는 미용사가 된냥 우리 샾에 오신 걸 환영한다며
물을 착착 뿌리고 비닐도 척 둘러주며,
얇디얇은 뒷머리를 10분도 안 돼 잘라주었다.
무척 만족스러워하는 라우라다.
독일사람들 눈에 섬세하게 머리를 자르는
한국 아줌마의 손길은
아마 미용사 못지않았을까 싶다.
10분쯤 머리를 자르고 여느 아줌마들이 그렇듯
20분은 수다를 떨다 집으로 갔다.
고거 수다 좀 떨었다고 나름 시원한 느낌이다.
라우라 남편은 직업이 물리치료사인데
체육관을 함께 운영하면서,
회사에 강연도 나가고 있다.
그래서 강연에 쓸 자료 중
저렴한 가격으로 만드는 건강한 음식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주말에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얼른 한국의 오이무침을 소개해 주었다.
레시피는 정말 만족스럽다고 하는데,
과연 맛도 만족스러운지
아무래도 먹여봐야 할 것 같아서
다음 주에 시간 나는 대로
맛을 보여 주겠다고 했다.
요리를 절대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잡채는 만들어서 동네방네 뿌려봤다.
이번엔 오이무침을 좀 돌려봐야 하나 싶다.
다들 가족을 찾는 시기인지라
오늘처럼 우중충한 날씨에
후두둑 떨어지고 있는 꽃잎처럼 쓸쓸했는데,
조금은 설레는 맘으로 채워지는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