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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 May 21. 2021

거짓말쟁이 신입이 떠났다.

마음을 안아주는 생각들

기대하던 신입 직원이 들어왔다. 깍듯한 태도와 야무진 말투에 첫인상을 모두 마음에 들어했다. 그러나 그녀의 출근 첫날. 직원 모두 조금 이상한 광경을 목격해야 했다. 그녀는 출근 직후 자신의 신발을 정성스럽게 새것처럼 닦는 것으로 자신의 하루를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는 화장실에 들어가 오롯이 10분 동안 손씻었다.


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이 건네준 물건을 받으면 또 손을 씻으러 갔다. 그렇게 오전에만 열댓 번이 넘게 그녀는 손을 씻었다. 빨갛게 부르 트고 찢어지기까지 한 그녀의 손등을 보며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니나 다를까. 동료들과 내가 그녀에게 업무 이야기를 하려면 그녀를 찾으러 화장실에 가야 했다.


결국 자신의 결벽과 강박을 감추기 위한 긴장 때문에 그녀는 늘 줄줄이 거짓말을 입에 달고 지냈다. 손을 씻고 신발을 닦는 것이 일보다 더 중요했나, 자신도 타인에게 이상하게 보인다는 걸 알아서인지 사실을 감추기 위뻔한 거짓말을 했다. 오늘은 속이 안 좋아서, 배탈이 나서 자신이 화장실에 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끝내 그녀는  맡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한 달 만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했다.

 

처량하게 멀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어떤 상처가 있길래 저렇게 되어버렸는지, 그녀가 참 가엾단 생각 들었. 러나 이젠 오롯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일 잘하는 사람 하고만 일을 하고 싶단 마음도 들었다. 나도 힘든데 타인을 신경 쓸 오지랖과 힘이 내겐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가 떠나고 하루, 이틀이 지났지만 그 누구도 그녀를 회상하지 않았다. 당연한 것이었다. 일을 잘한 것도 아니고 오랜 시간 함께 하며 다른 이들을 도왔던 것도 아니니. 나 또한 그랬다. 그녀의 빈자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문득, 내가 퇴사한 이후를 상상하게 된다. 나는 어떨까? 내가 떠난 자리에 다른 누가 오더라도 동료들은 나를 추억할까? 그것은 착각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15년의 긴 직장생활의 공백은 쉽게 메워지지 않을 수도 있고 또 너무 쉽게 채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예전의 상사가 거의 해고되다시피 떠나던 모습 선명하게 기억다. 오랜 경험과 숙달된 능력을 가졌던 그 사람은 ' 나 아니면 안 돼!'라는 생각을 가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이곳을 떠났다. 이고, 회사는 절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을 우린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자발적 노비였던 내가 없으면 주인님이야 조금 불편할 지라도 이 성은 절대 무너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러나 함께 십 수년을 일한 사람들에게 하루아침에 쉽게 잊히기는 싫다는 욕심 하나를 가져본다. 되도록 오래 나를 추억하고 그리워하기를 바란다. 거짓말쟁이 신입이 떠나고 내게 생긴, 장기근속자의 너무 크고도 새로운 욕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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