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온 Jan 30. 2017

괜찮은 걸까요, 난.

아마도요. 그런 것 같아요.

아직 써야만 해서 쓰는 글이 많은 나는 조금 조급했고 답답했다. 빠른 시일 내에 완성해야지, 완성해야지 하면서 쓰고 있었지만, 이전에 속도감 있게 쓰던 나와는 달리 요즘은 터덜터덜, 꾸역꾸역 글을 쏟아내고 있었다. 마치 기름이 떨어진 차와 같이 겨우 굴러가고 있었다.


설에 난 시골에 내려가 있었다. 오랜만에 찾아간 친척 집에서 굳이 일어나서 카페로 가겠다고 한 것은 가만히 앉아 떠들고 있는 내 모습이 불안해서였다. 차를 타고 25분 거리를 걸어서는 못 간다고, 아버지께서 태워 주겠다고 같이 따라 나오는 모습이 죄송해서, 괜찮다고. 그냥 택시를 타겠다고 하고 나왔다. 밖은 너무나도 추웠던 어제의 밤거리와는 달리 그래도 좀 따뜻했다.

이어폰을 꼽고 할머니 집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택시를 타려 했다. 내가 가는 방향이 시내 쪽 방향이 아니어서였는지, 아니면 단순히 운이 안 좋아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택시는 오지 않았다. 계속 차가 오는 방향을 바라보며 뒷걸음질을 치면서 걸어봤지만 택시는 오지 않았다. 반쯤 포기한 나는 뒤를 돌아가는 방향을 바라보면서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걷다 보니 빈 택시 몇 대가 보였지만, 나를 보지 못해서인지, 여기서는 멈출 수 없어서인지. 내 앞에서 멈추진 않았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다리가 슬슬 아파오고 택시는 여전히 멈추지 않는 그 시간에 나는 조금 서운해졌다. 아버지께 전화를 드릴까 했지만. 분명 즐겁게 이야기하고 계실 모습이 떠올라 그러진 못했다. 혹시나 택시가 멈추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다시 뒷걸음질을 치며 나에게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차들에 눈길을 줬지만 야속하게도 '빈 차'라고 요란스럽게 선전하며 스쳐 지나가는 차들이 너무 많았다.

그렇게 스쳐 지나가는 얼굴도 모르는 운전자들 때문이었는지, 에세이 구성이 정리되지 않아서였는지 모르겠지만 길가에 무너지듯이 주저앉았다. 다리가 아파서 잠시 쉬는 거야,라고 말하면서 잠시 하늘을 봤지만 내가 필요했던 아름다움은 찾아볼 수 없었고, 먹구름 사이로 흐릿하게 빛나는 별 하나만 깜빡이듯 꺼지는 듯 흔들렸다.


"괜찮아요?"

라고 누군가가 말을 걸면서 손을 내밀었다. 분명 처음 듣는 목소리였지만 나도 모르게 그 손을 잡고 일어섰다.


"네?"

라고 되물었다. 혼란스러웠다. 내가 이 사람을 아는가? 본 적이 있었나? 기억을 되짚어도 답이 나오지 않자. 다시 한번 물었다.


"네?"


"괜찮아요?"

라고 남자가 다시 물어봤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다시 한번 내 다리 힘이 풀리더니 눈물이 났다.


"네. 아마도요. 그런 것 같아요."

라는 말들을 반쯤 먹으면서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한 낯선 사람의 품에 눈물을 쏟아냈다. 누가 봤으면 조금은 코믹하지 않았을까. 키가 훨씬 큰 염색한 한 남성이 등을 구부정하게 굽힌 상태로 다른 품에 안겨 울고 있는 모습은. 그래도 나는 그런 생각도 하지 못 한 체 그저 울었다. 계속 옷이 더러워진다고 밀쳐내는 나를 끌어안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그 사람에 품에 안겨서 나는 울고 있었다.

내 울음이 멎었을 때 그 사람은 그저 침묵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깨에 한번 손을 올리더니 내가 왔던 길로 걸어갔다. 나 또한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다리는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5분 정도 더 걷다 보니 카페 간판이 보였다. 나는 굳이 택시를 안 타도 됐네,라고 중얼거리면서 문을 열며 들어갔다.

매거진의 이전글 커피와 클림트의 키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