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768 생채기

한번쯤 의심이 필요해요

by Noname

사회 초년생 시절 내 별명은 '이긍정'이었다.

세상 모든게 그저 좋았고, 다 괜찮았다.


이건 이거대로 좋았고, 저건 저거대로 좋았다.


통장에 들어오는 작은 돈 보다,

내 마음 속에 가득 부푼 타인을 도울 수 있는 가치있는 일을 한다는 기쁨이

야근도, 철야도 그저 즐겁게만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정말 괜찮았던 걸까?


상담을 받으며 많이 편해진 모습을 본 회사분들이

하나둘 상담을 신청하셨다고 소식을 전하셨다.


"상담 신청을 하긴 했는데, 저는 사실 걱정도 없고, 고민도 없고, 다 좋은데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거절을 잘 못하시고, 무리해서 일하시다가 아프시잖아요~

괜찮지 않은 거다.


지인이 내게 메시지를 보냈다.


"글쎄 나한테 말야, 이런 일도 시키고, 저런 일도 시켰어."


그리고 얼마 있다가 다시


"부장님이 또 오셔서 그건 내가 맡으면 어떻겠냐고 하더라고. 잠깐 나갈까?"


그리고 같은 이야기를 다시 했다.

본인은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반복해서 메시지와 대면으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동안 계속 '오 대단하다. 멋지다. 역시 최고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던 내가 오늘은 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 비슷한 류의 말을 했다.


나는 결국 '오. 멋지네. 역시'라는 말을 해주었다.


인정와 사랑을 받고 싶은 욕구는 곳곳에 산재해있다.


나 역시 인정과 사랑을 갈구하는 귀여운 사람이니까.


그거 말 한마디 해줄 수 있지만, 내게 있어 진짜 애정은

'애정결핍이야. 본인도 상담 받아보길 추천해.'라는 말이다.


이런 저런 핑계로 본인은 매우 건강하게 잘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항변하니

'그래 뭐, 애정결핍 없는 사람이 어디있겠어.' 하고 말았다.


누구나 어린 시절의 생채기 하나쯤 있게 마련이다.

살면서 경험한 그들만의 세상이 있다는게

종종 너무도 거대하게 느껴져 사람들이 많은 곳에 있다보면

정신이 아득해지고, 그 경이로움에 소름이 돋을 때가 있다.


본인의 모습대로, 차곡 차곡 쌓아온 오늘이겠지만

그래도 한번쯤 내가 믿고, 내가 행하고, 이게 맞다고 생각한 모든 것들이

정말 맞는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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