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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ame Apr 23. 2024

마흔-230 마음을 둘 곳

이상한 일이다. 

요즘같은 시대에는 가까이 있는 이웃사촌 얼굴은 몰라도 SNS에서 인친이랑은 다정하게 지낸다. 


한국인들은 정이 많아서 타인과 친해질 경우 마음이 아파짐을 감당하지 못하기에 더더욱 표면적으로 냉정한 표정을 짓는다고 한다. 


마치 '강아지는 절대 안 돼!'하던 아버지가 강아지가 온 후, 너무나 애정하는 짤들처럼 말이다.


어딘가 나의 사랑을 가득 주고, 표현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다. 


그런데 가까운 친구들에게는 선뜻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랬다가 조금만 소홀해지면 서운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저 내 눈에 너무 예쁘고 좋아서 한 표현에 '조용히'하라거나 하는 식의 거절을 여럿에게서 꾸준히 들어왔기에 그런 나의 과함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충분히 학습했기 때문이려나. 


그리고 또 마음을 쓰면 그저 '인사를 나누는거야! 잠깐 마음을 쓰는거야!'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연결되어 신경의 지분이 그쪽에 할당되어 있기 때문이다. 


잠깐, 내가 원할 때 마음을 쓰고, 놓아줄 수 있는 그런게 아니란 말이지. 


컴퓨터로 치자면 잡스케쥴러가 계속 하나의 프로세스를 점유하고 있는 상태, 나중엔 리소스 과부하가 일어난다. 


그건 내가 너무 무겁기 때문인거 같다. 


삶의 모든 면면에 집착이 묻어있는 탓이다. 


이 순간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공포 

그 공포는 집착을 만들고, 늘 애쓰게 만들고, 

불안하게 만들고, 두려워하게 만들고 


나를 힘들게 만들고, 타인을 부담스럽게 만든다. 


이게 넘치는 사랑인지 집착인지 내가 기쁘지 않다면 집착이고, 타인이 기쁘지 않다면 그또한 집착이다. 


그래서 지금 순간에 스쳐지나가고 남이 되어도 괜찮은 사람들에게는 쉽게 다정함을 나눌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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