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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며 키우며

피곤한데 황홀하고 행복한데 도망치고 싶은 바로 그것

by 갓 구운 빵

자기 전 또 아이랑 실랑이를 했다. 금요일 저녁에 사주기로 약속한 붕어빵을 주말에 아빠랑 먹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울고 있었다. 붕어빵으로 울다니. 귀엽지만 피곤했고 어이가 없었지만 사랑스러웠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특히 어린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이런 종류의 아이러니에 연속이다.


이 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요즘 속된 말로 “대신 죽어 줄 수는 있지만 저녁에 숙제 봐주는 건 못 하겠다.”라는 말이 있다. 매일 나를 지워가며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무언가를 해 준다는 것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나 역시 오늘은 좀 일찍 자보려고 했는데 붕어빵 때문에 지친 몸을 일으켜 기껏 멀리 둔 휴대폰을 집어 새벽 배송으로 집에서 해 먹을 수 있는 붕어빵을 시켜야 했을 때 화가 났다. 아이는 아이일 뿐 내 마음이 화가 나는 건 아들 때문이 아닌데 결국 빨리 잠이나 자라며 아이를 타박하는 소리를 했다.


부부 군인인 우리 가족이 어렵게 함께 살게되었는데 관사가 나오지 않아 1.5룸에 살며, 바닥에서 아이와 자야 하는 이 생활도 나에게 피곤을 가중시킨다. 아침저녁으로 육아 시간을 써서 아이를 돌보는 일을 할 수 있음 이 감사할 때도 많지만 7살 특유의 자기중심적적인 사고와 행동으로 가끔 나를 너무 힘들게 하는 아이를 볼 때마다 지치기도 한다.


오늘 저녁식사는 피아노 학원에 가기 전에 햄버거 세트를 먹었는데 멀리 있는 테이블에서 10대 중반은 훌쩍 남은 듯한 남자아이와 그의 엄마로 보이는 여자가 함께 저녁을 먹고 있었다. 그의 비하면 아직은 정말 어린 내 품 안에 자식인 아들을 보며 나에게도 저런 순간이 오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피곤함이나 부담쯤이야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내 인내심은 바닥을 보일 때가 많다. 그럼에도 나는 이 시간이 너무 감사하고 소중하다. 나를 아름다운 꽃이라 불러 주는 너, 나를 세상에서 가장 좋아해 주는 너, 나의 피와 땀과 눈물로 내 뱃속에서 잉태되어 이 세상으로 나온 너 그런 너를 어찌 조금만 사랑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지만 그럼에도 가끔은 엄마라는 이름이 너무 무겁다.


하지만 오늘 하루도 너와 온전히 함께한 시간들이 선물이라는 것을 가슴에 새기며 색색 고요한 숨을 뿜어내며 잠든 너의 불에 입맞춘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어제보다 더 많이 사랑한다는 식상한 표현으로 우주보다 클 것만 같은 내 마음을 조심스럽게 남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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