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1Q84, 작가가 글을 워낙 잘 쓰다 보니 분량에 비해서 금방 읽었다. 그러나... 뒷맛이 영 별로다. 엄청난 두께 안에 판타지 추리 범죄 심리극이 매우 장황하게 녹아있으나 결론은 그저 '운명적 사랑'이다. 그것도 얄팍하기 짝이 없어서 이해가 하나도 되지 않는... 초등학교 때 손 한번 잡았다고 그게 정해진 운명인가? ;; 끝까지 책을 붙들고 있게 했던 여러 궁금증들은 가볍게 스킵하셨다. 그런데 무엇보다 거슬린 건 그노무 여자ㄱㅅ 얘기다. 작가는 거기에 페티시가 있음이 분명하다. 이야기 흐름과 아무 관련 없이 모오든 여성 등장인물들의 ㄱㅅ에 대한 언급이 적어도 50번은 나온다. 특히 주인공은 자기 ㄱㅅ에 대한 불평을 넉넉잡아 스무 번쯤 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내 맘이야'라고 작가의 말을 대신해주기까지 한다.
요약하면 여로모로 놀라운 소설이었다
1. 길이에 비해 금세 읽힌다. 작가가 글 하나는 참 잘 쓴다.
2. 모든 묘사가 매우 디테일하다. 전반적으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 이것 때문에 책이 두껍다.
3. 복합장르다. 안 들어간 게 없다.
4. 그렇게 장대하게 펼쳐놓고 이리 쉽게 끝나나? 결론은 참으로 허무하다.
5. 작가는 여자 ㄱㅅ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6. 작가가 이 책에서 무슨 얘기를 하려 했는지 나는 전혀 모르겠다. 아시는 분은 말 해주면 좋겠다.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