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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서 Apr 07. 2020

봉순이 언니

사랑받지 못한 사람

공지영의 소설 '봉순이 언니'는 식모살이 소녀의 인생 이야기다. 가난했던 시절 가난한 이들이 더 가난한 이를 데리고 살며 일을 시키는 식모가 아주 흔했다고 한다. 소설의 주인공 봉순이는 의붓아버지의 학대에 못 이겨 집을 나왔고, 숙모 집에 얹혀살다 소풍 가는 줄 알고 따라나선 길에 버림받은 아이다. 그렇게 고아원에서 지내다 식모살이 보내졌는데 그곳에서 또 학대를 당해 몸에 뱀이 휘감은 것 같은 멍자국을 가지고 도망친 것을 공지영 작가의 어머니가 거두어 새로운 식모살이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게 그녀 나이 8살 때까지의 사연이다. 도무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실화다.

그나마 봉순이는 공지영 작가네 집에서 20살 때까지 단 한 번의 사건 빼고는 꾀 인간적인 대우받으며 그 나름으로 행복하게 지낸듯하다. 하지만 아무리 잘해준다한들 한 식구는 아니고, 친 부모는 아니다. 제 때 받아야 할 사랑을 받지 못한 이의 마음이 온전할 리 있겠는가. 불행인지 다행인지, 못된 마음씨가 1도 없는 봉순이는 사람에게 너무 쉽게 마음을 열고 온 정성을 다 하는 이로 성장했다. 사실은 그것이 본인이 사랑받고자 하는 욕망의 다른 모습일 텐데, 슬프게도 그걸 깨닫지 못한 그녀는 매번 이용만 당하고 버려진다. 첫 남편의 아이와 자신이 낳은 성이 다른 아이 셋과 함께 말이다.

사랑에 목마르고 현명하지 못한 여성의 삶을 다른 어디서도 본 기억이 있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서다. 공지영 작가가 언뜻 상상한 봉순이 언니의 말년의 모습이 마츠코의 마지막과 너무 닮아있다. 그래도 마츠코는 후실이 없으니 상황이 좀 덜한 것일까? 그녀는 애초에 정상에 가까운 부모도 있었고 말이다. 심지어 교육도 잘 받았다. 재주도 많다. 그에 비하면 봉순이는 가진 것이 없어도 너무 없고, 마츠코는 예쁘기라도 한데 봉순이는 그러지도 못하다. 그저 사람 좋고 일 잘하는 봉순이다. 단지 사랑받고 싶어 하는..

그녀는 나이 오십에 자식을 놔두고 개장수를 따라간다. 타고난 어리석음도 불행에 한몫을 했을 터지만, 둘 곳 없는 마음과 끝까지 놓지 못하는 정의 애처로운 노력으로 보여 슬프다. 하지만 부모에게 버림받았던 자신과 결국 똑같아진 그녀의 아이들은 어찌한단 말인가. 이 와중에 아이의 아빠들은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더 속이 상한다.

물론 제일 나쁜 사람은 그녀를 버린 부모다. 처음부터 없었던 아빠, 학대한 의붓아버지, 결국 자식을 포기한 엄마, 그녀를 길에 버린 외숙모, 그걸 방치한 외숙부.. 나아가 험한 집에 식모로 보낸 고아원장과 어린아이를 때리고 차별한 첫 주인까지. 책임지지 않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의 슬픈 첫출발이다. 그리고 결과는 버림받은  다른 아이들..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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