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미술 기법
그림을 그리는 방법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수만큼 많겠지만 미술 '학문'에서는 그 수 보다는 적지만 표현기법을 만들거나 발견하여 명명한다. 데칼코마니, 드리핑, 마블링, 스크래치, 모자이크, 콜라주, 프로타주, 점묘법 등 유치원 때부터 배웠던 것 중에 내가 좋아하고 매료되는 기법은 단연 콜라주다. (데칼코마니를 그다음으로 좋아한다 하핫)
헝겊, 골판지, 상표, 종이 등을 그대로 붙여 화면을 구성하는 기법인데 현대 미술에서 단연 도드라진다. 패션 잡지에서 아주 기본적인 페이지 구성으로 콜라주를 잘 활용하는데 독자는 그 잡지 페이지를 일상에서 콜라주를 표현하는, 이른바 콜라주적 매체와 독자의 소통이 왕성한 때가 있었다. 중학교 때 하이틴 잡지를 활용했던 시절을 보낸 사람으로서 심미안을 기르는데 그런 잡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 콜라주(Collage)가 생각난 건 얼마 전 책을 읽다가 브리콜라주(Bricolage)라는 단어를 배운 덕이다. 미디어 전공 책을 읽다가 영국 문화 이론가 스튜어트 홀이 궁금해 찾아본 책에서 1970년대 영국 청소년 문화를 설명하면서 아래와 같이 브리콜라주를 소개했다.
'원시' 사회가 그들을 둘러싼 일상세계에 어떻게 반응하고 그것을 어떻게 반응하고 그것을 어떻게 재조직하는지를 기술하기 위해 클로드레비스트로스가 사용한 용어이다. 브리콜라주는 우리가 가공되지 않은 재료들을 가져다가, 즉흥적으로 그것들을 활용하고 연결하는 등의 대안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일을 뜻한다. '하위문화 : 양식의 의미'(1979)에서 딕 헤브디지는 청소년 하위문화를 일종의 브리콜라주로 간주한다. 모드족을 예로 들면서 그는 "원래 대단히 고상한 교통수단이었던 모터스쿠터가 어떻게 그룹의 결속을 드러내는 위협적인 상징물로 변했는지" 지적한다. 좀 더 일반적인 청소년 브리콜라주의 예는 학생들이 교복을 입는 방식에서 잘 드러난다. 무엇보다도 교복은 제도적 속성, 획일성, 규칙에 대한 순종, 그리고 규율과 권위를 체현하도록 고안된 것이다. 그러나 교복은 그러한 규칙들을 상징적으로 무너뜨리고 획일성에 도전하는 학생들에 의해 제의적으로 변용된다. 치마 주름은 풀리고, 단추는 채워지지 않는다. '규칙적' 복장이 레저 복장과 결합되거나 액세서리들로 장식되고, 피어싱이 드러나고, 머리는 길어지고, 스커트는 지나치게 짧아진다.
<지금 스튜어트 홀> 170쪽 중
2000년대 나의 청소년 문화를, 1970년대 영국 청소년 문화를 분석한 학자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니. 시대를 초월한 콜라주적 만남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