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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의미

이제 서른과 이제 마흔의 교환일기(28)

by 조아라

느닷없이 좋아지는, 이것이야말로 느좋인데! ㅎㅎ


'느낌 좋은'을 줄인 말로 쓴다는 것을 알았지만 내 입에서 쉽사리 나오진 않았는데 앞으로 조이가 써준 의미로 입에 붙을 것 같아. 여름밤 이 말을 기억했다가 피식 웃으며 써보고 싶어졌어.


지난주 극한 호우로 집에만 있다가 비가 잠깐 그친 사이 밖을 나가 보니 집 근처 강물이 엄청나게 불어있더라고. 모든 것을 밀어버릴 것 같은 힘센 물살을 멍하게 바라보았지. 며칠 뒤 그새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을 보는데 이상하게 내 감정은 막 거센 물살을 만난 것처럼 쿵쾅대는 느낌이었어.


그 순간 내가 요즘 불안하구나 라는 걸 알아버렸지. 오랜만에 소설을 읽고 싶어 도서관에서 김현진 작가의 <녹즙 배달원 강정민>을 집어 읽는데 주인공의 불안과 술에 기대는 상황에 내가 쉽게 감정이입해버리더라고. 정확히 무엇 때문에 불안한 것인지 나도 모르겠지만, 내가 나에게 거는 기대에 내가 해내려는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것으로 추측하고 있어. (제삼자화법인가..)


남과 비교하는 게 아닌 내가 나를 비교하고 있거든. 나에게 맞는 때가 온다고 자부하지만, 내가 그때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아주 냉정하게 보자니 처참한 내 모습을 보게 될 것 같아 애써 외부 요인 탓으로 그때를 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해보고 싶은 것을 하고 있지만 절실하게 몰입해서 하고 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닌 것 같고, 어설프게 손과 발을 걸고 간 보듯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을 용기와 노력을 위해 시간을 쓰고 있는가 하면 그런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고 말이지.


타인과 사회가 정한 표준값은 확실하게 거부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만든 내 삶의 타임라인을 선명하게 긋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평생 답을 못할 것만 같은 불안과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아.


내가 만든 이 씩씩한 불안과 잘 지내봐야지.


시장에 가보니 옥수수가 나왔더라. 복숭아와 수박에 살짝 가려서 그렇지, 옥수수도 참 좋은 여름 음식이야. 밥솥에 만능찜 모드로 소금과 꿀 넣고 쪄 먹으니 너무 고소하고 맛나더라고.


꼭 챙겨 먹길!


2025.07.22


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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