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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라 Feb 10. 2024

동유럽 4일 차 : 외국인과 사진 찍고 싶은 엄마

여행지에서 좋은 자극을 받은 날

내 마음에 쏙 들었던 3일 차 숙소, 호텔 로브란에서 하루를 묵으며 나는 호텔 구석구석 돌아보며 창문 앞에 앉아 밤바다의 달빛과 윤슬을 보며 쉬고 엄마는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스마트폰으로 아시안게임 하이라이트를 보며 각자 원하는 휴식을 취하였다. 어느 공간에 들어가서 인테리어 등을 보며 공간의 구조에 관심을 가지는 나와 달리, 엄마는 그 공간을 쓰는 데 더 집중했다.


호텔 로브란 또 갈 수 있을까...


다음날 아침, 바다와 나무를 보며 야외 테라스에서 먹는 조식의 분위기도 좋았지만, 이제는 자신의 일행뿐만 아니라 테이블에 같이 앉은 일행들을 챙기며 수다를 떠는 시끌벅적한 식사 자리의 풍경이 정감 있었다. 좋은 분들을 만난 것 같아 안도감도 함께 들었다. 엄마는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어르신들과 각자 자신의 자식들을 소재로 이야기 꽃을 피우며 나와 못한 수다를 마음껏 하셨다. 나 없이도 일행들과 즐겁게 있을 수 있으니 나는 마저 숙소에서 잠시나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숙소 사진도 찍으면서 말이다. 하하핫


더 머물고 싶은 숙소를 뒤로 하고 아침 8시 자다르로 출발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크로아티아 유명 해안가 도시를 가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코발트 바닷길과 나무는 별로 없는 허브로 둘러싸인 언덕길을 계속 보았다. 집들의 지붕은 대게 주황색이고 벽돌의 색은 흰색, 회색으로 이루어져 파랑, 초롱, 하양, 주황색들의 조화가 지루하지 않았지만 이동 시간이 꽤 길긴 해서 휴게소를 틈틈이 들렀다.


휴게소 구경도 재미있었는데 특히 화장실이 우리나라와 다르게 유료라 가이드가 나름 돈을 아낄 수 있는 팁을 알려주셨다. 1유로를 넣고 바를 넘어갈 때 뒤에 바짝 붙어 따라가면 2명이 들어갈 수도 있다고 하여 마치 놀이기구를 타듯 긴장감으로 넘어갔다. 그럴 때마다 일행들이 꺄르륵 웃으셔서 화장실 가는데도 즐거운 순간이 만들어지곤 했다. 그리고 여자 화장실 줄이 길 때 어느 외국인 여성은 자연스럽게 한산한 남자화장실을 가는데 처음에는 왜지, 의문점을 가졌다가 이내 이용에 편의를 위해 성별을 나눈 거니 한쪽이 붐빌 때는 한산한 곳으로 가는 게 더 합리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그렇게 휴게소에서 다른 문화를 배우기도 하고, 간식을 사서 나눠먹기도 하고, 높은 산 언덕 중턱에서 바라보는 하늘과 바다가 같은 색깔로 하나 되는 풍경에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크로아티아 휴게소는 크지 않고 주유소에 편의점이 붙어있는 느낌


자다르에서는 도시 전체가 유적지로 과거 로마 시대의 분위기가 가득했다. 우리나라의 경주와 같이 도심 어디를 가도 천 년이 넘은 돌덩이들이 공원 안에 자연스럽게 있었다. 보존을 위한 바리케이드 없이 오며 가며 볼 수 있게 해 놓은 게 신기할 정도로 아주 개방적이었다. 바다 오르간도 눈이 부시게 감상할 수 있었다. 엄마는 이날 자다르에서 함께한 현지 가이드 분과 사진을 찍고 싶어 하셨는데 그녀가 입은 의상과 머리가 너무 멋져서 같이 찍고 싶어 했었다. 엄마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외국인과 사진 찍고 싶어 한 적은 처음이었는데 어지간히 마음에 드셨나 보다.


스파게티 맛보다 분위기가 참 멋졌던 식당
로마 유적지에서 앉아서 쉬고 그림 구경하는 정여사
뱅크시 전시 보고 싶었다... ㅠㅠ


자다르에서 더 아래로 내려간 시베니크에서는 자다르에서 봤던 비슷한 건축 양식의 아나스탸사 대성당을 돌아보았는데 엄마는 대성당 보다 그 대성당을 그리고 있는 외국인에게 또 눈을 뺏겨 한 동안 너무 그의 그림을 뚫어지게 쳐다보아서 내가 엄마 대신 그 분께 미안하다고 했다. ^^;


너무 뚫어지게 보지 마 엄마...


4일 차는 자다르에서도, 시베니크에서도 오래된 유명한 교회와 성당을 주 메인 코스로 보았는데 일행 중 기독교, 천주교를 믿는 분들은 아주 흥미롭게 가이드의 설명을 새겨 들었지만 나는 종교가 없고, 종교의 세계사에 문외한이라 그렇구나 하는 정도로 받아들였다. 그렇지만 시베니크에서 버스로 돌아가는 길에 보았던 시베니크 도서관(City Library "Juraj Šižgorić" Šibenik)이 눈에 들어왔다. 도서관을 좋아하는 나는 무너진 성벽을 살려서 지은 이 도서관이 너무 궁금했지만 자유시간이 없는 코스여서 그냥 지나온 것이 더욱 아쉬웠다. 다음에는 도서관 투어로 와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소도시 시베니크에서 한 달 살기! (과연...ㅎㅎ)  


들어가고 싶었던 시베니크 도서관



그 옛날에도 개 밥을 주는 공간을 만들었다니!




그림을 좋아하는 엄마가 여행지에서 자극을 받은 순간과 도서관을 좋아하는 내가 또 오고 싶은 마음이 생긴 순간이 쌓였던 4일 차가 지나간다.


점심 식당 나무에서 토돌토돌 무언가 떨어지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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