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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영 Jun 27. 2022

절망

절망이 노크할 때 무너지지 않을 나이. 몇 살일까?

20대 중반, 꿈과 이상으로 가득했던 나의 인생에 절망이 노크를 했다. 

노크소리에 경계를 했어야 했는데, 절망을 경험해보지 못한 난 너무 쉽게 그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난 깊은 우울에 빠져들었다. 정말에게 그냥 가라고 하기엔 난 너무 어렸고 무지헀으며 어리석었다.
뭐! 생각해보면 20대 중반만의 일은 아니다. 20대 초반에도 그전에도 난 늘 절망에게 속았다. 절망은 늘 영리하였다. 그리고 난 늘 어리석었다.  어쩜 그리 잘 넘어가는지늘 속은 내가 답답했고늘 날 속이는 절망이세상이 원망스러웠다.

그때 내가 찾은 해결책이 책이었다. 사람이 무서웠고, 말을 하는 것 자체가 겁이 났다. 조용히 누군가와 대화할 시간이 필요했다. 난 책이라는 수단을 통해 많은 저자들과 대화를 했다. 그 시절 읽은 책들의 내용이 무엇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만 책에서 무언가를 찾기 위해 헤매던 내가 생각이 난다.  

그렇게 책만 읽으면서 몇 달을 보내고 나니 난 절망에서 우울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다. 책은 답을 알려주지 않지만 내가 답을 알 수 있게끔 도와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집착도 함께 벗어날 수 있다. 정말 하고 싶었는데 재능이 없어 늘 지쳐 있던 나의 소중한 꿈. 그 꿈을 잡고서 이러지도 저리지고 못하고 멈추서 있었는데 놓아주었다. 이상의 세계에서 나와 현실의 세계로 들어갔다.

그때 이후 난 현실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지금의 내 삶을 누군가는 부러워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한심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난 만족하고 있다. 시소 하게 꿈을 꾸면서 하루를 소중히 하는 지금이 좋다. 그런데 가끔 내가 그 꿈을 너무 쉽게 놓았나 싶다. 밤에 잠도 못 이룰 만큼 하고 싶었던 일과 작별할 시간을 주었다면 조금은 더 나은 내가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 한다. 


요즘 다시 절망이 문 앞을 서성거리는 게 느껴진다. 이제는 나도 영리해졌다. 이제는 노크하기 전에 내가 문 앞에 나가서 잘 가라고 인사를 해야겠다. 더 이상 절말에 빠져 허우적 되고 싶지 않다고. 너도 그만 쉬라고 인사나 해야겠다.


절망이 노크할 때 무너지지 않을 나이는 지금이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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