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룡의 원균에 대한 평가 (오늘자 난중일기 번외편)
1. 류성룡은 징비록에서 원균을 10여차례 언급합니다.
2. 그는 원균을 겁장이였고 장숫감이 아니었고, 성품이 음흉하고 간사하였으며, 술과 여자를 좋아하고, 부하들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3. 류성룡은 원균을 혹평하면서도, 사실에 입각해서 원균을 변호하기도 합니다. 권율이 곤장을 쳐서, 원균이 칠천량에 나갈수 밖에 없었다는 듯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4. 류성룡은 원균 뿐만 아니라 탈영병으로 유명한 배설에 대해서도 가감없이 적어 주었습니다. 배설이 원균에게 칠천량에서 싸워서는 안 된다고 건의한 대목입니다.
5. 잘한건 잘했다고, 못한건 못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말은 쉽지만, 하기 어렵습니다. 저도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 때문에 그가 잘한 점을 보고도, 칭찬해주지 못한 적이 많습니다. 류성룡은 그런 점에서 배울 점이 많은 어른인 것 같습니다. 또한 이런 점 때문에 그의 기록이 사실로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닐까요?
참고: 징비록에 나온 원균 관련 기록
1. 불행히도 경상도 지방의 바다와 육지를 담당한 장수들은 하나같이 겁쟁이였다. 바다를 지키던 좌수사 박홍은 단 한 사람의 병사도 동원하지 않았고, 우수사 원균은 거리는 좀 멀었다 하더라도 많은 배를 거느리고 있었다. 적 또한 여러 날에 걸쳐 들어왔다. 우리 측에서 한 번이라도 나아가 위협을 했다면 적들은 뒤에서 공격해 올 것을 염려해 그렇게 쉽게 쳐들어오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병사들은 멀리 적이 보이기만 해도 피할 뿐 싸우지 않았다.
2. 처음에 적이 바다를 건너 상륙하자 원균은 적의 규모에 놀라 나가 싸우지도 못하고 오히려 100여 척의 배와 화포, 무기를 바닷속에 던져 버렸다.
3. “이곳은 바다가 좁고 물이 얕아서 배를 움직이기가 어렵습니다. 거짓으로 도망친 후 적을 넓은 바다로 유인해 싸우도록 합시다.” 그러나 원균은 분한 마음에 즉시 나아가 싸우려고 했다. 이 모습을 본 이순신이 다시 말했다. “공께서는 병법을 모르는구려. 그렇게 하다가는 반드시 패하고 말 것이오.”
4. 이순신이 원균을 구원해 준 후로 둘 사이는 아주 좋았다. 그러나 얼마 후 공을 따지게 되면서부터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성품이 음흉하고 간사한 원균은 여러 사람과 접촉하면서 이순신을 모함했다. “처음에 이순신은 구원을 오지 않으려 했소. 그러나 내가 여러 번 요청하자 할 수 없이 온 거요. 그러니 공으로 치자면 내가 가장 클 것이오.”
조정의 의견 또한 둘로 나뉘어 있었다. 이순신을 추천한 것이 바로 나였기 때문에 나와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들 또한 원균을 지지하고 나섰다. 그러나 우상 이원익이 잘못된 것을 밝히고 나섰다. “이순신과 원균이 담당한 지역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처음에 구원하지 않았다 해서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5. 한산도에 도착한 원균은 이순신이 시행한 제도를 모두 바꾸고, 이순신이 신임하던 장수와 병사들 또한 모두 쫓아냈다. 특히 이영남은 예전에 자신이 패해 도망친 사실을 상세히 알고 있다 해서 더욱 미워했다. 이렇게 되자 군사들 마음속에는 원망만이 가득 차게 되었다.
6. 원균은 그 집에 첩을 데려다가 함께 살면서 이중 울타리를 쳐 놓아 장수들조차 그를 보기 힘들었다. 또한 술을 좋아해서 술주정이 다반사였다. 군중에서는 형벌이 무시로 이루어져 병사들은 이렇게 수군거렸다. “왜놈들을 만나면 달아나는 수밖에 없네그려.” 장수들 또한 그를 비웃으며 두려워하지도 않아 지휘관으로서의 품위나 명령이 지켜지질 않았다.
7. 고성에 머물고 있던 권율은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한다고 문책하며 원균을 불러 곤장을 쳤다. 진으로 돌아온 원균은 분한 마음에 술만 마셔 대더니 그만 누워 버렸고, 장수들이 군사를 의논하고자 했으나 만날 수조차 없었다.
8. 원균은 배를 버리고 언덕으로 기어올라 달아나려고 했으나 몸이 비대해 소나무 밑에 주저앉고 말았다. 수행하는 사람도 없이 혼자였던 그는 왜적에게 죽었다고도 하고, 도망쳐 죽음을 모면했다고도 하는데 정확한 사실은 알 수가 없다.
9. 배설은 원균을 만나 여러 번 권고했다. “이러다가는 반드시 패하고 말 것입니다.” 그날도 배설은 이렇게 간했다.“칠천도는 물이 얕고 좁아 배를 움직이기가 어렵습니다. 진을 다른 곳에 옮기는 것이 좋겠습니다.” 원균은 듣지 않았다. 배설은 자기 수하의 배만을 이끌고 지키고 있다가 적이 공격해 오자 달아났기 때문에 그의 군사들은 화를 면할 수 있었다. 한산도에 도착한 그는 무기와 양곡, 건물 등을 모두 불태워 버리고 남아 있는 백성들과 함께 대피했다.
10. 당시 경상도 수군의 대장은 박홍과 원균이었으며, 육군 대장은 이각과 조대곤이었는데, 이들은 본래부터 장숫감이 되지 못했다.
11. 임금께서는 비변사의 신하들을 불러 향후 대책을 물었으나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경림군 김명원과 병조판서 이항복이 조용히 아뢰었다. “이는 원균의 죄입니다. 다시 이순신을 불러 통제사에 임명하옵소서.”
임금께서는 이 말을 듣고 그 뜻에 따르셨다. 권율은 원균이 패했다는 말을 듣자마자 이순신을 보내 뒷일을 수습토록 했다. 왜적이 곳곳에 출몰하고 있었는데 이순신은 군관 한 명만 대동한 채 경상도에서 전라도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