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조직문화가 좋은 성과를 만든다.
나는 스타벅스를 좋아한다.
스타벅스에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스타벅스에 앉아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커피라고는 뜨거운 아메리카노 밖에 모르는 내가,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하나다.
편하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라는 공간을 좋아하기에,
단숨에 읽어보게 된 책.
‘스타벅스 공간을 팝니다’의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을 적어본다.
스타벅스는 1971년 커피 애호가였던 샌프란시스코대학교 동창생 3명이 시애틀에 있는 전통 시장,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에 오픈한 작은 아라비카 원두 판매점에서 시작되었다. 셋은 소설 <모비딕>에 등장하는 커피를 사랑한 일등항해사 ‘스타벅’의 이름에서 영감을 얻어 ‘스타벅스’라는 회사명을 만들었고, 바다의 신인 ‘세이렌(Siren)’을 형상화해 로고를 디자인했다. 매장을 오픈하자마자 아라비카 원두 판매가 급증하면서 초기 사업에 성공한 스타벅스는 재배업자에게 직접 원두를 구매하고 로스팅 공장을 인수하면서 1981년까지 꾸준히 성장했다.
1982년, 하워드 슐츠가 마케팅 담당자로 합류하면서 스타벅스는 전환점을 맞는다. 이듬해 하워드는 이탈리아 밀라노로 출장을 갔다가 길가에 있는 에스프레소 바에서 스팀 밀크와 에스프레소가 어우러진 커피를 마시며 편안하게 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그는 에스프레소 바를 직접 운영하자고 회사에 건의했지만 경영진은 별다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는 스타벅스를 떠나 1985년, 에스프레소 바 ‘일 지오날레(il Giornale, 이탈리아어로 ‘매일’이라는 뜻)’를 설립하고 시카고에 첫 매장을 오픈했다.
에스프레소 바에서 만든 커피는 하워드의 직감대로 고객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자신감이 생긴 그는 시애틀과 캐나다 밴쿠버에 잇달아 매장을 오픈했다. 하워드는 경영 수완을 유감없이 발휘해 매장 인테리어, 음악, 파트너 교육, 복장, 커피 품질,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매장 전 분야에 걸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일 지오날레는 급속도로 성장했고, 설립 3년 만에 자신이 마케팅 담당자였던 스타벅스를 인수하기에 이른다. 하워드는 자신의 생각을 믿었고, 그 믿음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경주 보문관광단지에 드라이브 스루 1호 매장을 오픈합시다. 경주의 실질 거주 인구는 25만 명으로 매장을 오픈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역별 차량 현황, 관광객 방문 수와 관광단지 규모를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무엇보다도 역사적으로 경주는 ‘천년 고도’라고 할 만큼 유서 깊은 도시입니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가 깃들어 있는 도시에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 들어선다면 큰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또한 경주는 차량을 이용한 관광객 방문율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입니다.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스타벅스 MD는 음료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스타벅스에서 개발되고 공급된다. 글로벌 MD는 디자인이나 품질 모두 전혀 손색이 없지만 한국 문화와 정서를 담은 상품은 없었기 때문에 초기에는 한국 고객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 문화를 담은, 한국인 기호에 맞는 디자인 역량이 우수한 인력을 영입하는 것은 물론, 이들이 최고의 창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각종 장비를 갖춘 디자인실을 별도로 설치했다. 열정을 품고 입사한 디자이너들은 초창기부터 역량을 마음껏 발휘해 기존 MD와는 차원이 다른, 한국 역사와 문화의 스토리가 담긴 상품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저스트 세이 예스(Just Say Yes)’라는 서비스 법칙이 있다. 말 자체로 보면 고객의 요구에 무조건 “네,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응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 이 원칙은 무조건적인 Yes가 아니라 원인을 분석해 고객의 클레임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둔 서비스를 뜻한다. 만약 고객이 무리한 요구를 할 경우 무조건 “No, 안 됩니다. 고객님 죄송합니다”하고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안 되는 이유를 정중하게 설명하고 고객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결하라는 것이다.
2014년 5월 스타벅스는 사이렌 오더(Siren Order)라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스타벅스는 모바일 앱을 통해 주문과 동시에 결제까지 할 수 있는 혁신적 O2O 서비스다.
사이렌 오더로 주문과 결제를 하면 그 정보가 실시간으로 매장에 전달되고, 파트너는 즉시 음료를 제조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 줄을 서지 않고도 원하는 시간대에 음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서비스로 많은 고객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길게 줄을 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성 고객과 1인 고객이 선호한다.
한국에서 최초로 선보인 사이렌 오더에는 하워드 슈츠마저 ‘환상적(Fantastic)’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글로벌 스타벅스는 한국의 성공을 벤치마킹해, 2015년 여름 미국에서 “Mobile Order & Pay”를 런칭했다.
사이렌 오더의 개발과 성공은 세심한 매장 관찰과 문제 개선 의식에서 비롯되었다. 직장인이 많은 사무실 밀집 지역의 스타벅스 매장은 점심시간을 전후로 음료를 주문하기 위해 몰려든 고객이 길게 줄을 선다. 조금 늦게 도착한 고객들은 매장에 늘어선 줄에 기겁해 바로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린다. 이는 비단 스타벅스만이 아니라 많은 카페와 음식점이 겪는 문제일 것이다.
또한 ERP에서 파트너의 거주지 주소와 매장 주소를 연계해 파트너의 출퇴근 거리를 대중교통 기준으로 산출해 볼 수 있다. 지도 프로그램을 구매해 ERP 시스템에 적용한 결과다. 우리는 파트너의 최적 출퇴근 거리를 30분 이내로 보고 최대 60분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초과하는 파트너는 매장 이동 배치 우선 대상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매월 2회 정기 인사 발령을 통해 기준 거리 이내 매장으로 재배치를 유도한다. 매장 단위로 파트너의 평균 출퇴근 거리가 지나치게 긴 매장은 상시 조정 권고 의견을 DM에게 전달한다. DM은 면담을 통해 파트너가 희망할 경우 거주지와 가까운 매장으로 전환 배치한다. 출퇴근 거리가 멀면 파트너도 쉽게 피로해지거나 지각할 위험이 높아지고, 특히 이른 아침이나 늦은 시간 근무에 어려움이 크고 매장도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에는 몇 가지 독특한 인력 운영 기준이 있다.
먼저 ‘333’ 제도다. 최대 3번까지 입사할 수 있고, 입사하면 최소 3개월은 근무해야 재입사할 수 있으며, 재입사를 하려면 퇴직 후 최소 3개월이 지나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내 딸처럼 2개월만 근무했다면 재입사를 할 수 없다.
다소 빡빡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 규정 때문에 파트너들은 퇴직 여부를 무척 신중하게 결정한다. 지금은 사정이 있어 퇴직을 해야 하지만 추후 재근무할 여지를 두기 위해서 입사 후 최소 3개월은 채우려고 하고, 퇴직일까지 근무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성실한 근무 평가도 재입사 요건이기 때문이다. 모든 정보는 실시간으로 관리자 레벨에서 공유되므로 1,000개 매장이 1개 매장처럼 움직인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의 자유로운 조직 문화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제도는 ‘의자 없는 회의실’이다. 지원 센터의 모든 회의실에는 의자가 없는 대신 회의 테이블의 다리가 높다. 파트너의 건강과 적당한 시간의 회의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서서 회의를 하도록 하고 있다.
깜짝 생일 파티 전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 제시가 스타벅스 파트너로 입사하면 인사 시스템에 제시의 개인 정보가 자동으로 등록된다. 이때 생일도 음력과 양력으로 모두 입력된다. 이 정보는 제시의 생일 1주일 전 ERP를 통해 점장에게만 제공된다. 점장은 제시가 눈치채지 못하게 어떤 케이크를 좋아하는지 슬쩍 물어보고 나서 파트너 복리 후생용 생일 케이크를 발주한다. 발주한 케이크는 생일 전날 매장에 도착한다. 제시의 생일 당일에는 매장 POS 단말기 화면에 파트너 생일을 축하하는 메시지가 자동으로 업로드된다. POS를 담당하는 파트너는 자연스레 파트너의 생일을 인지하고, “어, 제시 생일이네? 생일 축하해, 제시!”하며 축하 인사를 건넨다. 그러면 다른 파트너들도 함께 축하하는 분위기를 형성된다.
점장은 수첩이나 스마트폰에 파트너의 생일을 일일이 기록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점장이 다른 매장으로 이동하더라도 새로 인사 발령을 받은 신규 점장은 제시를 비롯한 파트너의 생일을 물어볼 필요가 없다. 사소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1년에 한 번뿐인 생일을 축하받는 것은 요즘 같은 1인 가구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에게는 큰 감동을 줄 수 있는 작은 정성 가운데 하나다. 스타벅스에서는 입사한 지 3개월이 경과된 모든 파트너가 스타벅스 케이크를 생일 선물로 받는다.
우리는 매장 근무를 대신할 수 있는 팀을 편성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파트너들을 위한 활동이니만큼 ‘행복 파트너’라는 이름으로 팀을 구성했다. 매장 파트너들이 문화 탐방이나 맛집 회식을 하는 동안 행복 파트너가 근무를 대신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겨난 것이 ‘스토어 어택’이다. 말 그대로 매장을 기습적으로 쳐들어간 다음, 파트너들의 앞치마를 모조리 빼앗고 모두 매장에서 내보낸 뒤 매장을 점령한다. 초기에는 모든 매장을 스토어 어택 하기에는 많은 부담이 따랐기 때문에 우수 매장으로 추천받은 곳 중 심사를 거쳐 대상을 선정했다.
처음 당첨된 매장은 서울 강남 포이점과 삼호물산점이었다고 기억한다. 비록 작은 규모지만 고객에게 많은 칭찬을 받은 매장이었다. 파트너들은 난데없이 매장에서 쫓겨난(?) 다음 남한산성 계곡으로 자연 탐방을 갔다. 함께 계곡에 발을 담그고 그동안 못 나누었던 이야기꽃도 피우고, 야외에서 바비큐 파티를 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해가 질 무렵에는 모든 일정이 끝이 났다. 당연히 비용은 모두 회사가 지원했다.
반응은 대단했다. 우리 매장도 스토어 어택을 해달라는 애원의 비명이 행복 파트너들의 메일함을 가득 채웠다. 우리는 차차 대상을 확대했다. 2016년에는 전 매장 스토어 어택이라는, 어디에도 없는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만의 문화 탐방 프로그램이 완성되었다. 오히려 저녁 회식보다 비용이 적게 든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건전한 조직 문화에 파트너들의 애사심은 점점 더 커졌다.
‘조직의 성과는 문화에서 나온다.’
내가 조직문화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좋은 조직문화가 어떻게 조직의 성과로 연결되는지 알려주는 좋은 본보기 같았다.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에게 행복을 베풀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의 리더는
조직 구성원이 스트레스 없이
본인의 업무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한 가지 더.
저자 주홍식은 삼성전자, 동부그룹을 거쳐 스타벅스 코리아 인사팀장으로 7년간 재직했다.
내가 근무하는 회사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회사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조직문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직접 근무해 보고 싶어 하는 회사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다니는 회사의 조직문화에 대한 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스타벅스, 공간을 팝니다’를 통해, 스타벅스 코리아의 좋은 조직문화와 시스템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