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인사 Nov 14. 2020

통곡의 다리

나만의 힐링 포인트

얼마 전까지 근무한 사무실은 잠실에 있었다.

잠실의 좋은 점은 바로 앞에 한강이 있다는 것이다.


일을 하다 보면 다양한 위기의 순간이 온다.

그 위기는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인 경우도 있고,

사람과의 갈등으로 인한 상처인 경우도 있다.


일을 하다가 힘든 일이 생기면,

난 잠시 한강을 다녀왔다.


내가 주로 찾아간 곳은

잠실철교 남단의

성내천한강만나는 곳이었다.


이 곳은 회사생활에 지쳐있는 나를

조용히 위로해 주는 공간이었다.


성내천이 한강으로 흘러들어 가는 물소리,

물고기와 새, 가끔은 자라까지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졌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의 유현준 교수님 이야기처럼 한강 다리를 밑에서 보는 것도 시각적으로 즐거운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머리 위로 지하철이 지나갈 때는

소심하게나마 스트레스를 준 존재에게 소리를 질러보기도 했다.

[잠실철교 밑 나만의 아지트]

주변에 스트레스를 받는 동료가 있으면,

커피 한 잔을 들고, 나만의 힐링 포인트로 안내해 주기도 했다.

(그렇게 방문한 인원이 꽤 많이 있다.)


하루는 그렇게 나만의 공간에 얽힌 사연을 들어본 소중한 동료가 말을 했다.

“책인사님의 어려운 시기를 견디게 해 준 곳이네요.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통곡의 다리’입니다.”


그 이후로 그곳의 이름은

‘통곡의 다리’가 되었다.


지금은 사무실이 이사를 가서,

‘통곡의 다리’에 찾아가기 어렵다.

하지만 아침마다 자전거로 잠실철교를 건너며 생각한다.


위로 지나가면 ‘아침햇살을 가득 품은 출근길’이다.

아래로 찾아가면 ‘통곡의 다리’다.


굳이 통곡의 다리를 찾아가지 않아도 되는 지금의 상황에 만족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발코니 캠핑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