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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Nov 13. 2022

시키기만 하는 사람들

감독보다 주장 같은 팀장이 필요합니다.

처음 다녔던 회사는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수직적이었나 하면, 자리 배치까지도 아랫사람 모니터를 보며 앉는 구조였습니다.

[그런 자리배치를 참으로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_ 2022.5월 용산 청사 사진 자료 중]


막내 사원 시절 저는 왜 그렇게 바빴을까요?


사장님께서 이사님께 무언가를 지시합니다.

그러면 이사님께서 부장님께 지시합니다.

부장님은 과장님께 지시하고,

과장님은 대리님께 지시합니다.

대리님은 저에게 지시합니다.


그렇게 첫 번째 일을 하고 있으면,

이사님께서 부장님께 무언가를 알아보라고 지시합니다.

부장님은 과장님께 알아보라고 이야기합니다.

과장님은 대리님께 알아보라고 합니다.

대리님은 저에게 지시합니다.


서둘러 두 번째 일을 하고 있으면,

부장님께서 과장님께 예전 자료를 달라고 말씀하십니다.

과장님은 대리님께 자료를 찾아오라고 합니다.

대리님은 저에게 자료를 어디다 두었냐고 합니다.

저는 서둘러 자료를 찾으러 문서고에 다녀옵니다.

(예전에는 출력된 문서를 보관하는 문서고라는 곳도 있었습니다.)


세 번째 임무인 문서고에서 서류를 찾아오는 일을 하고 나면,

사장님의 첫 번째 지시사항을 대리님이 수정해 줍니다.

수정해서 대리님께 드리고, 두 번째 이사님 지시사항을 마무리합니다.


대리님의 의견을 반영한 첫 번째 수정보고서를 과장님이 추가로 수정해 주시면, 서둘러 재수정합니다.

그러면 대리님께서 두 번째 이사님 지시사항 보고서를 수정해 줍니다.


과장님 의견을 반영한 첫 번째 수정보고서를 부장님께서 수정해 주시면, 다시 수정합니다.

그러는 사이 두 번째 이사님 지시사항 보고서도 과장님께서 수정해 주십니다.

(중략)


결국 첫 번째 보고서는 10여 차례의 수정 끝에,

앞뒤 문맥을 찾기 어려운 짬뽕 보고서가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다들 짬뽕을 즐겨 드셨던 것일까요..?)

두 번째 보고서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이 부서의 일은 내가 다 한다'라는 생각을 떨쳐 버리기 쉽지 않았습니다.

일 하는 사람은 막내 사원 혼자이고,

사공만 여러 명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대한민국 굴지의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전형적인 팀(Team)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개발 조직은 애자일(Agile) 조직으로 일을 합니다.

시키기만 하는 사람들은 없고, 모두가 함께 일 합니다.

이는 Leader도 마찬가지입니다.

팀장인 저도 함께 일을 합니다.


한 번은 주변 팀장이 말했습니다.

"직원들 시켜요. 왜 책인사님이 직접 해요?"

물론 리더라면 잘 시키는 것도 좋습니다.

그래야 조직이 발전하는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Leader는 두리뭉실하게 "알아봐~"라고 시키기에 앞서,

그 누구보다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해야 합니다.


Leader가 1시간 심도 있게 생각을 하면,

조직원들의 하루, 또는 일주일, 더 나아가 한 달 이상의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그 누구보다 Leader가 전문가이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상사가 아니라 동료가 되면 가장 무서운 게 뭔지 아십니까? 상대가 일하지 않는 것에 분노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데이터에서 상사와 관련해 '무능'이라는 말이 가장 많이 나오는 이유죠. 예전에는 상사가 일 안 한다고 뭐라 하지는 않았어요. 저분은 원래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지금은 상사와 직원 모두 능력을 따집니다. 상사가 관리자가 아니라 동료로 인식된다면, 이제는 상사도 일해야 하는 거죠. 물론 상사에게 능력을 요구하는 신입도 그래야 하고요. 
 이렇게 하여 모두 다 일하는 사회로 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정성 이슈가 나오고, 집단 평가가 아니라 개인평가로 선회합니다. 이제 회사에서 가장 배척되는 사람은 다 된 밥상에 숟가락 얹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 그냥 하지 말라 _ 송영길 지음 _ 북스톤 출판사-


제대로 된 Leader는 시키기만 해서는 안됩니다.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연구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Leader가 가진 생각의 깊이는 조직 구성원들이 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될 것입니다.


주변 어른 중에 한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팀장 되니깐 이제 많이 편해졌겠네?"

팀장이 되었다고 일이 편해지는 회사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리가 높아질수록 더욱 일을 많이 해야 합니다.

Leader가 끊임없이 연구하는 조직만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Leader가 시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뛰는 조직만이 우수한 인재를 붙잡을 수 있습니다.


저는 감독같이 명령하고 지시하는 팀장보다,

제가 조금 힘들 수 있더라도 주장처럼 함께 뛰는 팀장이 되기로 했습니다.

[캐롯 점퍼스 전지훈련에서 선수들과 함께 뛰는 허재 구단주 _ 스포츠머그 유튜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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