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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Nov 28. 2022

직원들이 퇴직하는 진짜 이유

결국 사람 때문에 퇴직을 합니다.

저는 회사에서 퇴직면담을 합니다.

퇴직면담을 하는 경우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직하는 경우입니다.

지금보다 더 좋은 조건의 회사로 떠나는 것이지요.

대부분 연봉도 높여서 이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의 퇴직면담은 대부분 편안한 분위기 속에 진행됩니다.

저는 일단 "좋은 곳으로 이직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축하합니다."라고 말을 건넵니다.

이직하는 분도 "아이 뭘요. 다 똑같은 일을 하는 것이지요."라고 답합니다.


그래도 저는 직원들이 이직하는 그 근본 이유를 찾으려고 합니다.

이직은 결과물입니다.

이직을 결심하게 된 원인을 찾아보는 것이지요.

연봉을 높였다는 것도 이직의 결과일 뿐, 이직의 원인은 아닙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퇴직면담을 해봤지만 결국 가장 많은 퇴직사유는 '사람'이었습니다.

(주로 윗사람인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후배들이 인사담당자와의 퇴직면담 자리에서 말하는 퇴직사유를 꼽아 보면,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진학)',
'연봉을 더 받고 싶어서(금전)'등의 이유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후배들이 퇴사하면서 친한 동기나 지인들에게만 털어놓는 진실,
진짜 그들이 퇴사하는 이유는 거의 '사람' 때문입니다.

회사생활 속에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수치심과 두려움, 실망감을 느끼면서 이직을 결심하는 후배들이 많습니다.

회사의 하드웨어적인 요소(네임밸류, 시스템, 환경)를 보고 들어왔지만 소프트웨어적인 요소(조직문화, 업무 프로세스, 리더십 등)에 환멸을 느끼면서 후배들은 이직을 고려합니다.
- 시키지 마라, 하게 하라. _ 박종혁 지음 _ 시대인 출판사 -


두 번째는 말 그대로 퇴직하는 경우입니다.

다음 직장을 결정하지 않고 퇴직하는 경우입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2가지 케이스가 있습니다.

현재 직장 사람들에게 어느 회사를 가는지조차 말하기 싫어서,

일단 그냥 쉬고 싶다고 하는 경우입니다.

아예 연을 끊고 싶다는 의지가 느껴집니다.

역시 얼마나 현재 직장의 (윗) 사람을 싫어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아니면 퇴직은 하고 싶은데,

현재 직장을 다니면서는 도저히 이직 준비를 할 수 없는 경우에도 퇴직을 선택합니다.

역시 윗사람이 직원이 단 1분도 여유 있게 지내는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세 번째는 비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나야 하는 경우입니다.

잘렸다라고도 하기도 하고, 해고되었다고 하기도 하지요.

저도 회사에서의 직무상 사람들을 종종 내보냅니다.

조직에서 "회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다"라는 의견을 받습니다.

문제가 된 직원과 대화를 해보면, 정말 저성과자인 경우는 극히 적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윗사람과 맞지 않는 경우였습니다.


윗사람과 의견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름을 다름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틀림으로 인식하면 문제가 됩니다.

우리와(=정확히는 윗사람 본인과) 맞지 않으니,

회사에도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인식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본인이 살아남기 위해 더 높은 상사에게 보고를 합니다.

'저성과자가 있어서 조직문화와 성과가 저해되고 있다'라고 말이지요.


조직 구성원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본인의 리더십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리더도 언제나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올바른 조직문화 정립의 첫 단추입니다.




돌이켜보면 저도 퇴직을 고민했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결국 모든 퇴직의 순간에는 '사람과의 갈등'이 있었습니다.

상호 대등적인 소통이 어려운 경우에 갈등을 회피하는 선택을 하게 되고,

이에 따라 수많은 직장인들은 '퇴직'을 선택하게 됩니다.


갈등의 어원이 흥미롭다. 갈등(葛藤)은 '칡 갈(葛)', '등나무 등(藤)'을 써서  '칠과 등나무'라는 뜻이다. 칡과 등나무는 동아줄 같은 튼튼한 줄기가 다른 나무들을 휘감으며 자라는데 시계 반대방향인 오른쪽으로 감아 오르는 칡과 시계 방향인 왼쪽으로 감아 오르는 등나무가 서로 얽히고설켜 결국 올라가지 못하게 되는 모습에서 갈등의 뜻이 유래되었다. 갈등은 일이나 사정이 서로 복잡하게 뒤얽혀 화합하지 못함을 비유하는 말이며 상충되는 견해, 처지, 이해 따위의 차이로 생기는 충돌을 의미한다. 즉, 갈등은 '다름'에서 비롯된다.
- 어른의 대화법 _ 임정민 지음 _ 서사원 출판사 -


연말을 앞두고 회사에서는 임원 인사에 대한 윤곽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중 특정 임원의 조직 이동으로 인해, 많은 직원들이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도저히 그 임원과는 일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탈출 전략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저 또한 걱정이 많았습니다.

해당 임원의 잔혹함과 교활함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적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적당한 긴장감으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제약 속에서도 긍정적인 마인드로 근무하는 트레이닝 시간으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다른 사람들과 주변 환경의 핑계를 댈 때,

저의 결정을 책임지고, 조직을 보호하는 리더가 되기로 했습니다.

새롭게 찾아오는 어려움 또한 수많은 교훈을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인간에겐 무한한 자유가 아니라 적당한 제약이 필요하다. 과일나무의 가지치기를 생각해보자. 과일나무가 균형 잡힌 성장과 영양가 있는 열매를 맺기 위해선 가지기가 필수적이다. 그래야 햇볕이 골고루 들어가게 되고 나무의 형태 또한 잡아주며, 열매 역시 고르게 달린다. 무조건 제멋대로 둔다고 좋은 게 아니라, 적절한 제약이 있을 때 더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다.
- 어른의 재미 _ 진영호 지음 _ 밀리 오리지널 -


퇴직의 가장 큰 이유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의 조직을 떠나도 또 다른 조직에 속해야 하고,

새로운 조직이라고 현재의 조직보다 나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결국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스스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과의 갈등은 슬기롭게 대처하는 나만의 노하우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람 때문에 힘든 세상의 모든 직장인들을 응원합니다.

[퇴직하는 직원을 보면 생각나는 이미지 _ 이누야사 5기 24화(128화) 장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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