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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Dec 02. 2022

회식이 기다려진다고요?

조금 특별한 회식 그라운드룰

제가 팀장으로 근무하는 팀에는 그라운드룰(Ground-Rule)이 있습니다.

그중 회식에 대한 그라운드룰은 조금 특별합니다.

하나씩 설명해 보겠습니다.


첫째, 팀 회식은 한 달에 1번만 합니다.

그 이유는 예정에 없던 술자리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신입사원 시절, 퇴근시간만 되면 항상 눈치를 살폈습니다.

대리님, 과장님, 부장님 퇴근하시는지가 항상 신경 쓰였습니다.

먼저 퇴근하겠다고 말씀드리기도 어렵고,

결정적으로 부장님께서는 "오늘 저녁 먹고 갈 사람 있냐?"라는 질문을 거의 매일같이 하셨기 때문입니다.

나중에는 번갈아가면서 저녁 당번을 정하기도 했습니다.


팀장이 되면, 직원들의 저녁시간을 보장해 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정에 없던 저녁식사로 직원들의 저녁 계획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 달에 딱 한 번만 팀원들과 회식을 합니다.


둘째, 회식은 2시간만 합니다.

회사 근무시간은 09:30부터 18:30까지 입니다.

제가 속한 팀의 회식 시간은 17:00부터 입니다.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16:30에 시작하지 않는 이유는 회사 주변 식당들은

브레이크 타임이 15:00~17:00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커버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시간에 시작해서,

최대한 퇴근시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시간에 마치려고 노력합니다.


매일같이 저녁식사를 가장한 회식을 하면서,

어제도 했던 이야기를 오늘도 또 하셨던 부장님처럼 되지 않기 위한 저만의 노력입니다.

회식 시간에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듣고자 노력합니다.

 개구리가 꼰대 중의 꼰대, 최강 꼰대다. 개구리는 올챙이 시절을 기억하지 못한다. 꼰대들의 편리한 기억법과 일치한다. 또 아는 건 우물 하나 크기면서 시도 때도 없이 그 큰 입을 들썩이며 떠든다. 하지만 그가 떠드는 소리를 자세히 들어 보면 맨날 그 소리다. 어제도 개굴개굴, 오늘도 개굴개굴. 늘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동네 참견 다 하는 모습도 꼰대들의 특징 그대로다. 게다가 놈은 몰인정하기 짝이 없다. 놈의 입에 맞아 죽은 장구벌레나 하루살이가 어디 한둘일까. 특히 파리를 대하는 놈의 모습은 정나미가 뚝 떨어진다. 제발 살려 달라고 그렇게 두 손 모아 빌어도 날름 한입에 삼켜버린다.

 그러나 누구도 개구리를 지구 최강 꼰대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놈은 그래도 겨울 한 철은 꼰대 짓을 안 한다. 겨울잠이라도 잔다.
- 꼰대 김철수 _ 정철 지음 _ 허밍버드 출판사 -


셋째, 팀 회식에는 게스트를 초대합니다.

보통 회식자리에서는 가장 높은 사람이 주인공이 되려고 하지요.

자리도 상석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회식자리에서 가장 끝 자리에 앉습니다.

상석인 가운데 자리는 게스트에게 안내합니다.


회식에는 최근 한 달 동안 제가 속한 팀에 가장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을 게스트로 초대합니다.

우리 팀에 도움을 준 것에 대한 감사함을 표하고, 게스트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게스트가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합니다.

백범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에 "칭찬에 익숙하면 비난에 마음이 흔들리고, 대접에 익숙하면 푸대접에 마음이 상한다. 문제는 익숙해져서 길든 내 마음"이라는 말을 남겼다. 나이 들수록 더 깊이 새겨야 할 말이다. 자신을 푸대접한다 여기기 전에, 너무 대접받으려 한 건 아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대접과 푸대접을 가리느라 신경을 곤두세울 시간에 조그만 즐거움을 찾는 게 훨씬 좋다.
- 어른의 재미 _ 진영호 지음 _ 밀리 오리지널 -


넷째, 회식비는 각자 알아서 사용합니다.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약간 헷갈리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회식비는 한 달에 인당 5만 원입니다.

저는 팀원들에게 회식비를 알아서 개별적으로 사용하라고 합니다.

팀원들도 일하다 보면,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다른 직원들과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회식비를 개별적으로 알아서 사용하라고 합니다.

그럼 회식은 무슨 돈으로 하냐고요?


팀원들이 팀을 위해 한 달간 열심히 일해준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담아, 사비로 계산을 합니다. 

정말 열심히 일해주는 팀원들이기 때문에,

한 달에 식사 한 번 사는 것이 절대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팀원들이 때로는 제가 할 일도 알아서 처리해 주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씩 쏘는(?) 회식비가 결코 아깝지 않습니다.

(개카에서 존경심이 나온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이 모든 원칙(Ground-Rule)은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제 자신과의 약속입니다.

꼰대를 경계하는 저만의 노력입니다.

40대 초반이니 아직 꼰대라고 하기에는 젊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꼰대는 나이와는 상관없는 것 같습니다.

나이가 많아도 신사적이고 포용적인 어른도 있고,

아무리 젊어도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행하는 젊은 꼰대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9년 9월에 영국의 국영방송 BBC에서 오늘의 단어로 꼰대(Kkondae)가 소개된 적이 있었다. 갑질(Gapjil) 이후로 우리나라의 독특한 문화인 양 해외에 소개되는 모습이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BBC에서는 꼰대를 "An older person who believes they are always right. (and you are always wrong)"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자신은 늘 맞고, 다른 사람은 늘 틀리다고 하는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 표현에 대해서 많은 이들은 "꼰대는 나이와 상관없다'고 반박한다. 그렇다. 꼰대는 나이와 상관없다.
- 젊은 꼰대가 온다 _ 이민영 지음 _ 크레타 출판사 -


작년 12월에 입사한 팀원이 곧 입사 1주년이 됩니다.

12월의 첫째 날. 12월 팀 회식을 이야기하면서, 그 직원에게 부탁했습니다.

"12월 팀 회식 게스트는 OO님께서 선정해 주시겠어요? 지난 1년간 OO님에게 가장 많은 도움을 주시고, 가장 고마운 분을 우리 팀 12월 게스트로 모셨으면 합니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12월 회식 게스트가 선정되었습니다.


12월 팀 회식은 정말 맛있는 곳으로 가야겠습니다.

한 달도 아니고, 무려 지난 1년간 우리 팀원 분에게 가장 큰 도움을 주신 게스트가 참석하기로 했으니 말이지요.


이번 달 팀 회식도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약치기 작가님 그림 중 _ 회식이 기대되는 저도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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