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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May 06. 2023

그깟 감자튀김이 뭐라고.

센스 없는 감자튀김?

저녁 이른 시간부터 회식이 예정된 날이었습니다.

점심시간을 앞두고, 팀장님의 단체 메시지가 왔습니다.

"오늘은 저녁도 일찍 먹는데, 점심은 간단하게 배달 햄버거 드실 분?"


약속이 있었던 소수 팀원을 제외하고 모두 햄버거를 먹겠다고 했습니다.

(공짜 점심인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잠시 후, 팀에서 가장 어린 직원이 배달 어플을 켠 상태로,

팀원들 자리마다 햄버거 주문을 받으러 다녔습니다.

(여기에서부터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습니다.)


제안은 팀장님이 했지만,

주문은 나이 어린 직원에게 맡긴 것이었지요.


그 직원에게 메신저를 보냈습니다.

"주문받아주어서 고맙습니다. 배달 도착하면 같이 받으러 가요."




휴게실에서 다 함께 햄버거를 먹었습니다.

각자 햄버거를 먹고 한 곳에 모아놓은 감자튀김을 먹는데,

팀장님이 웃으며 이야기했습니다.


"아~ 사이드를 감자튀김으로만 했네.

센스 있게 치킨너겟이나 치즈스틱, 콘샐러드 같은 것으로 변경했으면 좋았을 텐데. 안 그래?"


순간 정적이 흘렀고,

주문을 했던 어린 직원은

"아~ 제가 센스가 부족했네요."라고 말을 했습니다.

(이때,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해서 미안했습니다.)


팀장님은 옆 자리의 나이 많은 팀원에게 이야기를 이어나갔습니다.

"주문 센스가 없는 거죠?"

옆 자리 나이 많은 팀원이 답했습니다.

"센스 있는 사람이면 이렇게 주문을 안 했겠죠?"

그 옆자리 팀원이 말을 보탰습니다.

"뭐, 같은 생각이지만 조용히 있습니다."

(이 세 명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요?)


농담을 주고받는 3명은 호쾌하게 웃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조용히 감자튀김을 먹었습니다.

(3명의 성별은 굳이 밝히지 않겠습니다.)




감자튀김을 먹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오전 바쁜 업무시간임에도 감자튀김 주문을 하고,

1층까지 내려가서 햄버거를 받아오고,

휴게실에 사람들이 먹기 좋게 세팅까지 해 준 직원이야 말로,

최고의 센스를 가진 직원이라고 말이죠.


다산 정약용 선생님은,

'가마 타는 즐거움은 알아도, 가마 메는 괴로움은 모른다.'

라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연휴이자 주말입니다.

어처구니없는 꼰대들의 이야기로부터 잠시나마 해방된,

수많은 직장인들을 응원합니다.


앞으로 감자튀김을 볼 때마다,

팀장(=님 자는 생략해도 될까요?)의 센스 드립이 생각날 것 같습니다.

[사진출처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0/0002412877], (이 정도는 아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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