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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Sep 05. 2023

퇴직하면 행복할까요?

행복을 찾아 퇴직을 했지만 처음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이 글은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롭게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이 브런치북에 나오는 회사와 인물은 특정 회사 또는 인물과 관련이 없으며,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대훈은 예전에 다녔던 회사로 재입사를 했습니다.

기존 회사를 퇴직할 때, 많은 사람들이 퇴직을 만류했지만 대훈은 호기롭게 이직을 했고,

이직한 회사를 몇 개월 다니지 못하고 퇴직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기존에 다니던 회사와 이야기가 잘 되어, 재입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훈은 재입사한 회사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두 명의 팀원 중 한 명은 이미 퇴직을 했고,

남은 한 명 형준은 이미 다른 팀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대훈은 새롭게 팀을 재구성하기 위해,

채용공고를 내고 후보자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했습니다.

후보자들은 한결같이 대식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려웠습니다.


A 후보자는 거의 매년 회사를 옮기고 있었습니다. 사회 초년생 때 다닌 회사는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B 후보자는 경험한 직무가 달랐지만, 본인은 어디 가서 일 못한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자신이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받는 연봉 수준대비 다소 황당한 연봉을 이야기하며, "저는 이 정도는 주셔야 이직할 용의가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능력이 많이 부족했던 C 후보자는 인터뷰 중간에 "그러면 저는 언제부터 출근하면 될까요?"라는 질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대훈은 해당 후보자들을 채용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말이지요.


팀원 충원으로 고민하고 있던 대훈에게, 전 팀원이었던 형준이 이야기했습니다.

"대훈님. 작년에 퇴직한 선식님은 어떤 것 같아요? 선식님 퇴직하기 전에도 대훈님 팀에서 일하고 싶어 했잖아요."

형준의 이야기를 듣던 대훈의 눈이 빛났습니다.


선식은 형준의 오래전 다녔던 직장의 선배였습니다.

형준의 제안으로 형준이 이직한 회사로 이직을 했지만 결국 가장 먼저 퇴직을 했습니다.

형준은 선식과 대훈의 만남을 주선했습니다.


비가 오는 여름날.

대훈, 형준, 선식은 중국집 작은 룸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 중국집은 예전에 대훈이 선식과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저녁을 사주었던 곳이었습니다.

대훈은 종종 다른 팀 직원들에게도 개인카드로 저녁을 사주곤 했습니다.

개인카드에서 충성심과 존경심이 나온다는 것이 평소 대훈의 지론이었습니다.




선식은 형준의 연락을 받고 당황했습니다.

몇 년 전에 형준의 첫 번째 제의를 받고 이직했었던, 바로 그 회사에서 고생을 너무 많이 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일이 많아도 너무 많았습니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일만 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아내도 그 회사 이름만 들으면 아직도 진저리를 칠 정도입니다.

 

하지만 대훈 팀장이 함께 일할 사람을 구한다는 말에는 살짝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대훈 팀장은 다른 팀의 팀장이면서도 종종 본인을 포함한 젊은 직원들에게 식사를 사주었습니다. 선식이 근무하는 팀에 정규직 전환과 같은 축하할 일이 생기면, 대훈 팀장은 저녁도 사주고는 했습니다. 심지어 선식이 근무하는 팀장에게 이야기를 하고 일찍 퇴근해서, 딱 2시간 동안 저녁을 먹었습니다. 2시간 동안 대훈 팀장은 보통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훈 팀장은 식사 자리에서도 테이블 가운데가 아닌 출입구 바로 앞자리에 앉았습니다. 무엇보다 결제는 항상 개인카드로 했습니다. 선식은 항상 그 점이 고마웠습니다.


'그래도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고, 몇 달만 있으면 연봉도 오르고 성과급도 나오니... 아쉽지만 대훈 팀장님께는 기분 나쁘지 않게 잘 말씀드려야겠다.'


선식은 그렇게 다짐하고 대훈 팀장, 형준을 만나러 갔습니다.




대훈이 선식을 만나 이야기해 보니, 선식은 새로 이직한 회사에 잘 적응하고 있었습니다.

곧 연말이 되면 연봉도 오르고, 많은 금액의 인센티브도 보장되어 있었습니다.

대훈은 선식의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아쉽지만 선식에게 재입사를 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그때 형준이 대훈에게 물었습니다.

"대훈 팀장님은 이직한 회사에서 왜 퇴직하신 거예요? 그리고 이 회사로 어떻게 다시 재입사하신 거예요?"


대훈이 입을 열었습니다.

"이직은 군대랑 비슷한 것 같아요. 우리가 흔히 특수부대나 전방에 근무했다면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군생활은 함께 복무하는 사람, 특히 그중에서도 내 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선임, 소대장, 중대장 같은 사람들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호기롭게 이직을 했지만 그 속에 악마 같은 사람이 있을지는 정말 상상도 못 했어요. 그런 점에서 선식님에게 재입사를 권유하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 하나만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적어도 이곳에서는 저와 함께 일하게 되니, 사람 때문에 고생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음... 형준 님도 제 말에 동의하시죠?"


형준이 씽긋 웃었습니다.

그리고 대훈에게 되물었습니다.

"아니, 대훈 팀장님. 도대체 이직한 회사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거예요?"


대훈의 머릿속에는 지난 몇 개월간의 일들이 바람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머릿속에서 지우기로 다짐했었던, 그 악마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2편에 계속)

(이미지 출처 : 심슨의 재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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