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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Sep 09. 2023

여성에게만 관대한 팀장

남녀차별?

박상무와의 오전 회의가 잘 끝난 흥팀장은 기분이 좋아 보였습니다. 흥팀장 바로 옆에서는 근태를 담당하는 은미가 함께 걸었습니다. 은미 님은 다음 달이면 결혼을 합니다. 은미는 흥팀장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흥팀장에게 말했습니다. "팀장님, 저 다음 달에 결혼식 하고 바로 다음 월화수 3일은 근무할게요. 근태 마감해야 해서요." 흥팀장이 느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오 마이갓~! 은미 님 그래요 돼요? 이거 미안해서 어쩐담, 그럼 휴가를 좀 길게 써요." 흥팀장의 말에 은미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역시! 계획대로 되었어.' 은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팀장님, 신혼여행은 2주 정도 다녀와도 되죠? 근태마감 해 놓고 다녀올게요." 여성에게는 유독 관대한 흥팀장이 과도한 액션을 취하며 말했습니다. "그럼요~ 부담 없이 다녀오세요." 흥팀장의 과도한 손동작을 피하며 은미가 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팀장님."


 팀 내 유일한 파견직인 사무보조 영미는 마주 앉은 대훈의 어두운 얼굴이 자꾸만 신경 쓰입니다. 영미는 흥팀장이 들을 정도의 목소리로 대훈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대훈님, 괜찮으시죠? 힘들어 보여요." 영미의 말에 대훈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습니다. "영미님, 저 괜찮아요. 고마워요." 대훈은 영미가 자신을 신경 쓰고 말하는 것이 느껴져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흥팀장이 법인카드로 점심값을 계산하고, 팀원 모두는 커피숍에 갔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아침에 흥팀장이 들고 있던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사용하는 커피숍이었습니다. 흥팀장이 "자~ 다들 부담 없이 주문하세요."라고 말을 하자, 다들 이름이 긴 커피를 주문했습니다. 대훈은 따뜻한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윤석은 밀크티를 주문했습니다. 흥팀장은 뱅쇼를 주문했습니다. 아침에 흥팀장이 마시던 쌍화탕 같은 음료는 와인에 과일을 넣고 끓인 뱅쇼였습니다. 주문한 메뉴가 나오고 흥팀장은 뱅쇼를 한 모금하더니, 맛이 이상하다며 카운터로 갔습니다. 흥팀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대훈은 윤석에게 물어봤습니다. "우리 팀 예산이 얼마나 돼요?" 대훈의 질문에 "저도 1년 넘게 근무했는데, 잘 모르겠어요. 그냥 팀장님이 법카로 사면 법카로 먹어요."라고 윤석이 대답하자, 바로 옆 은미가 말했습니다. "예산 모자라면 팀장님이 회계 쪽 임원이랑 말해서 예산 더 받아와요. 그러니깐 팀장님하고 먹을 때는 부담 없이 먹으면 돼요."

 예전 직장에서 대훈은 1명당 5만 원인 회식비용도 팀원들이 각자 알아서 사용하게 하고, 팀원들과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실 때에는 사비를 사용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윤석은 점심식사 친구가 생겼습니다. 보통 자리에서 혼자 도시락을 먹던 윤석은 대훈이 입사한 뒤로, 함께 주변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점심은 각자 사비로 먹었습니다. 가끔 대훈이 음료를 사겠다고 했지만 커피를 마시지 않는 윤석은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식사 후 산책을 할 수 있는 동료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았습니다. 대훈이 입사하기 전까지 팀 내에 남성 팀원이 없다 보니, 식사는 보통 혼자서 간단히 도시락을 먹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가끔 흥팀장님 없이 팀원들끼리 점심을 먹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대훈이 개인카드로 계산을 하려고 하자, 은미가 법인카드를 꺼내며 말했습니다. "대훈님, 이거 법카로 계산할게요." 대훈이 은미에게 물었습니다. "법카로 계산해도 돼요?" 은미가 답했습니다. "팀장님도 맨날 법카로 드시는데, 우리도 법카로 좀 먹어야지요. 이거는 제가 팀장님께 승인받으면 돼요."

 대훈의 법인카드가 처음 나오던 날 흥팀장이 대훈에게 목소리를 깔고 말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대훈님. 법인카드 나왔다고 함부로 쓰면 안 되고, 꼭 법카 사용하기 전에 나한테 금액이랑 왜 사용하는지, 미리 허락받고 사용하세요." 한쪽에는 사전에 승인받고 법카를 사용하라고 하고, 다른 한쪽에는 누구와 어떻게 사용을 하던 아무렇지 않게 승인을 해주는 모습이 이중적이라고 느껴졌습니다.


 혼자 생각에 잠긴 대훈에게 윤석이 다가와 말해주었습니다. "팀장님이 여성 팀원분들한테는 뭐라고 안 하세요." 여성 팀원들에게는 항상 미소를 지으며, 흥 소리도 내지 않는 흥팀장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6편에서 계속)

* 이미지 출처 : 'LG 디오스 냉장고 광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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