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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Sep 11. 2023

경위서를 썼습니다.

책임지지 않는 임원

“야! 너희들은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뭐라고 대답을 해봐!“

박상무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자, 8층 사무실이 조용해졌습니다.


흥팀장과 대훈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팀장! 대답 안 할 거야?”

박상무의 말에 흥팀장이 작은 목소리로 답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면 다야? 죄송하다고 말하면 끝나는 거야?”

예상했던 대답입니다.


박상무가 흥팀장에게 지시한 일이 일주일간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정확하게는 흥팀장이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가,

어제 퇴근시간 무렵에 대훈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대훈은 막차 버스도 타지 못하고,

심야좌석 버스를 타면서까지 준비해 보았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둘 다 경위서 써와! 나가!“

박상무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박상무실을 나서니, 경영지원실 직원들이 모두 흥팀장과 대훈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연이은 야근으로 컨디션이 안 좋은 대훈은 자리에 오자마자 흥팀장에게 말했습니다.

“팀장님, 죄송합니다. 준비한다고 했는데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팀원들도 모두 눈치만 보고 있는 가운데, 흥팀장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대훈님, 경위서 써서 저한테 주세요. 자료는 빨리 보완하시구요.”


대훈은 직장생활 15년 만에 처음으로 경위서라는 것을 써보았습니다.

‘그래도 시말서는 아닌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경위서를 쓰는 대훈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습니다.

대훈은 실망했습니다.

자기가 시킨대로 일을 해오지 않았다고 책임을 전가하는 박상무나,

업무를 제때 지시하지 못하고 무책임하게 막판에서야 일을 전달한 흥팀장이나,

모두 책임감 없는 리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더는 질문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사람이다‘라는 대훈의 신조가,

리더가 아닌 지금에는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대훈은 이직을 후회하기 시작했습니다.


(8편에서 계속)

* 이미지 출처 : '해피투게더4'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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