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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일 Nov 17. 2019

유럽의 야경 1번가, 부다페스트

갈등의 시작

전날 밤 마신 맥주가 덜 깬 채 빈둥대다 기차역으로 향했다. 부다페스트까지는 기차로 3시간 남짓 걸렸는데 가격도 몇 천 원에 불과할 정도로 아주 쌌다. 부다페스트까지 몇 천 원이라니. 아주 어렸을 때, 부다페스트가 어느 나라인지도 모를 때부터 그곳은 묘한 동경의 대상이었고, 첩보영화의 장면들을 마주하며 더욱 커져 동유럽에 오기로 마음먹었을 땐 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도시였다.   

유럽에 처음 올 때는 이제 여권에 스탬프 좀 찍어보겠구나 했지만, EU지역 내에서는 출입국이 자유로워져 그럴 일이 전혀 없었다. 헝가리로 넘어가는 기차 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권을 확인했는지도 기억이 없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보이는 낡은 기차는 국내의 예전 기차들과는 많이 달라 갑작스레 여행자의 낭만으로 다가왔다. 2열이 서로 마주 앉는 4인용 객실이 쭉 줄지어 있는데, 중간에 테이블이 있어 앞사람과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가 됐다. 대화가 길게 이어지진 않았지만.


들고 간 론리플래닛을 펴고 살펴보다 보니 이내 부다페스트 역에 도착했다. 투명한 천창을 통해 빛이 들어와 야외처럼 느껴졌는데,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멋졌다.

    

근처 몰 구경을 갔다가 환전을 좀 하고 다뉴브강으로 향했다. 짧지 않은 길인데, 상점은 이미 다 문을 닫고 가로등도 거의 없어 어두웠다. 이 길이 맞는 건가 다시 지도를 볼 정도였는데 그 끝에는.

구글에 검색하면 부다페스트의 수많은 아름다운 야경사진이 나오지만, 실제로 마주한 사람의 감흥의 10%에 미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호객꾼을 따라 들어간 식당에서 육개장을 연상케 한다는 굴라쉬 수프를 시켰다. 얼큰한 맛이 지난 1주일 간 먹었던 느끼한 음식들을 저 아래로 밀어냈다. 같이 준 빵을 찍어먹는데 공깃밥이 간절했다.


싸구려 호스텔에서 하룻밤을 자고 갈란타로 돌아왔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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