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뭉치 아내가 만든, 세상에서 가장 달콤했던 딸기 파이
딸기 농장에서 'Stuck in a ditch'가 발생했던 그 주의 금요일.
미리 이야기한 대로 Katy 할머니와 딸기 파이를 만들었다. 그녀는 이미 파이 크러스트를 오븐에서 바삭하게 구워 완전히 식혀두고 있었다. 그 위에 부드러운 크림을 평평하게 펴 바르고, 손질한 생딸기를 하나하나 예쁘게 배열했다.
"Fresh strawberry는 그냥 올려놓으면 돼. 중요한 건 글레이즈야."
딸기 시럽과 젤라틴을 섞어 만든 붉고 투명한 글레이즈를 딸기 위에 골고루 부으니, 보석처럼 반짝거렸다.
노-베이크 스타일이기 때문에, 만들어진 딸기 파이는 다시 냉장고에서 최소 2시간을 굳혀야 했다. 그 2시간 동안 우리는 데이비스에서의 생활과 DPNS에서 있었던 일들, 그리고 새로 시작할 summer camp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Katy 할머니는 딸기농장 가다가 stuck in a ditch 사건을 듣고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Susie. 운전에 능숙해졌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위험한 법이야."
Katy 할머니는 정말 박식하고, 경험도 많았다. 그 나이에 걸맞지 않게 건강할 뿐 아니라, 파란 눈에서는 광채마저 나올 정도였다. 미국 생활에 치이고 육아 생활에 지친 나에게 있어 그녀는 진정한 삶의 mentor와 같은 존재였다. 매주 음식을 만들면서 항상 많은 걸 배웠다.
A little learning is a dangerous thing.
냉장고에서 충분히 굳힌 딸기파이를 가지고 DPNS로 향했다. 그리고 엘리와 함께 남편이 있는 King Hall로 출발. 차 안 가득 퍼진 딸기 향에 엘리가 계속 딸기 파이를 흘끔거렸다. 나도 옆 좌석에 둔 파이를 몇 번이나 확인했다. 글레이즈가 흔들려서 엉망이 되지 않았나 싶어서.
King Hall에 도착해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냥 내려오라고 했더니 무슨 일이냐며 걱정스러운 목소리였다. 요즘 내가 가져오는 소식은 대부분 골치 아픈 것들이었으니까.
그런데 King Hall 정문이 잠겨있었다. 방학이라 문을 잠가둔 거였다. 아, 이런. 거창한 서프라이즈를 계획했는데 정작 문 앞에서 발이 묶였다. 딸기 파이를 마치 피자처럼 손에 받치고 서있는 내 모습이 유리에 비쳤다.
'아 이게 아닌데.'
엘리는 파이 먹고 싶다며 보챘고, 나는 조금만 기다리면 아빠가 내려온다며 달랬다. 3분쯤 지나자 남편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머리는 산발에 편한 슬리퍼를 신고 나온 남편 '이번에는 무슨 사고를 일으켰나'는 표정이었는데, 내 손에 든 파이를 보자마자 얼굴이 환해지기 시작했다.
King Hall로 들어온 우리는 중정의 파라솔 아래로 자리를 옮겼다. 파이 용기 뚜껑을 열면서 "짜잔!"하고 소리쳤다. 반짝이는 글레이즈 위에 빨간 딸기들이 보석처럼 올려져 있었다. 2시간 냉장고에서 굳힌 덕분에 크림과 글레이즈가 완벽하게 안정되어 있었다.
남편 눈이 동그래졌다. 정말 내가 만든 거냐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엘리는 딸기를 보자마자 빨리 먹고싶다고 난리였다. 포크로 한 조각을 떠서 입에 넣어주니, 씹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
"징짜 맛있어!"
나도 한 입 먹어봤다. 와, 정말 맛있네. 바삭한 파이 크러스트, 부드러운 크림, 신선한 딸기의 새콤함과 글레이즈의 적절한 단맛이 입 안에서 환상적으로 어우러졌다. 노-베이크 스타일이라 딸기 본연의 신선함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남편도 연신 감탄하며 두 번째, 세 번째 조각을 계속 떠먹었다. Bar 시험 스트레스로 찌푸려 있던 얼굴이 한결 밝아진 것 같았다.
솔직히 나도 놀랐다. 요리를 별로 못하는 내가 이런 퀄리티의 파이를 만들 수 있을 줄이야. 캘리포니아 햇살 아래, 직접 만든 딸기 파이를 나누어 먹는 이 순간이 꽤나 근사했다.
< Katy 할머니표 프레시 스트로베리 파이 레시피 >
이 레시피의 핵심은 바삭하게 구운 파이 크러스트 안에 익히지 않은 신선한 재료들을 채워 만드는 '노-베이크(No-Bake)' 스타일이다.
1. 파이 크러스트 준비 : 빈 파이 크러스트(파이지)를 오븐에서 노릇하고 바삭하게 구워준다. 오븐에서 꺼낸 크러스트는 속을 채우기 전에 완전히 식힌다.
2. 크림 필링 채우기 : 완전히 식은 파이 크러스트 바닥에 커스터드 크림이나 크림치즈 필링처럼 보이는 부드러운 크림을 채워 평평하게 펴준다.
3. 딸기 올리기 : 크림 위에 손질한 생딸기를 듬뿍 올려 파이를 가득 채운다. 딸기를 예쁘게 배열하여 모양을 잡아준다.
4. 글레이즈 코팅하기 : 딸기 위에 붉고 투명한 글레이즈(딸기 시럽+젤라틴)를 골고루 뿌려준다. 이 과정은 파이에 반짝이는 광택을 더하고 딸기를 고정시켜 준다.
5. 냉장 보관하기 : 완성된 파이는 바로 먹지 않고, 냉장고에 넣어 2시간 이상 보관한다. 이 과정을 통해 크림과 글레이즈가 단단하게 굳어 파이가 안정되고 맛이 더욱 좋아진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