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농장체험 이것이 진정한 친환경 육아인가!
운전에 자신감도 붙었겠다. 데이비스를 떠나 여기저기 운전을 다니기 시작했다.
파워 E인 엘리는 밖에 나간다면 그렇게 협조적일 수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만의 작은 로드트립! 그 중에 하나 발견한 것이 바로...
임파서블 에이커(Impossible Acres)
미국 친구들이 추천해준 농장이었는데, 서울 한복판에서 나고 자란 나로서는 어떻게 가야 할지, 가서 어떤 걸 해야 할지 막막했다. 농장이라는 곳을 가본 적도 없거니와, 구글맵에 찍어도 허허벌판만 나오니 정말 이게 맞나 싶었다.
게다가 남편은... Bar 시험 공부로 너무 바빴다. 동양인 모녀가, 그것도 미혼모나 이혼녀처럼 혼자서 만4살 엘리를 데리고 미국 캘리포니아의 대농장을 방문해야 한다니, 다들 이상하게 보진 않을지 걱정되었다.
그래도 일단 가보기로 했다.
'Just Do It!'
미국에서 배운 것 중에 하나다. 해보고 아님 말지 뭐~
도로를 달리다 보니 작은 나무 표지판이 하나 보였다. 'Impossible Acres Farm'이라고 손글씨로 쓰여있었다. 비포장 길로 들어서니 먼지가 풀풀 날렸지만, 다행히 주차된 차들이 보였다.
'아, 여기가 맞구나!'
대충 빈자리에 주차를 하고 내리니, 엘리는 벌써부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Impossible Acre는 (1) 블루베리, 복숭아 등을 직접 따는 과수원 구역(orchard)과, (2) 농장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Animal Barn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우선 orchard에 먼저 가기로 결정! 입구에서 받은 바구니를 들고 복숭아 나무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남편과 엘리가 그 유명한 '복숭아 킬러'이기 때문.
"이렇게 살짝 돌리면서 따는 거에요."
복숭아를 어떻게 따야할 지 머뭇거리는 나와 엘리. 농장 직원이 다가와 직접 시범을 보여주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복숭아를 잡은 엘리가 조심스럽게 돌리더니, 톡! 복숭아가 떨어졌다.
"엄마! 내가 땄어!"
그 표정이란. 마트에서 사 먹던 과일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이었나보다.
블루베리 구역으로 이동하니 엘리의 손이 더 바빠졌다. 하나는 바구니에, 하나는 입에. 어느새 입 주변이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과일 따기를 마치고 계산대에서 무게를 재니 생각보다 많이 땄다. 파운드당 $2.50, 총 $18이 나왔다.
계산을 마치자마자 엘리가 Animal Barn이라는 팻말을 보고는 홀린 듯이 뛰어갔다.
헛간 같은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사람들이 한곳에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갓 태어난 새끼 고양이들이 있는 곳이었다. 정말.. 이렇게 귀여운 존재들이 있다니.. 눈도 제대로 못 뜬 아기 고양이들이 바구니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엘리가 달려가서 손을 뻗으려는 순간, 농장 직원이 다가왔다.
"잠깐! 반드시 앉아서 만져주세요. 서서 안으면 떨어뜨릴 수 있어요."
안전요원처럼 지키고 서서 신신당부를 했다. 엘리가 조심스럽게 바닥에 앉자, 직원이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엘리 손에 올려주었다.
"엄마, 따뜻해..."
갓 태어난 고양이들은 영화나 만화에서나 볼 법한 치명적인 귀여움을 뿜어냈다. 그 중 노란 줄무늬 고양이를 해리라고 이름 지어주고, 엘리와 나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아기고양이들을 품에 안았다.
고양이 다음은 토끼장이었다. 복슬복슬한 털의 토끼들이 당근을 아작아작 씹고 있었다. 그 옆엔 양들이 있었는데, 직원이 브러시를 건네며 양털을 빗겨줄 수 있다고 했다.
"메에에~"
엘리가 빗질하자 양이 울었다. 엘리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괜찮아, 양이 고마워하는 거야."
당나귀도 있었고, 거위도 있었고, 노란 솜뭉치 같은 병아리들도 삐약삐약 돌아다녔다. 한 바퀴 돌고 나니 엘리는 다시 아기고양이들에게로 돌아갔다.
Animal Barn에는 이렇게 직접 동물들을 만지고 교감할 수 있는 체험들이 가득했다. 물론 한국에서라면 '더럽다, 냄새난다'고 기피했을 것들이었지만, 아이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인공적이지 않은 정말 순수한 자연 그대로. 인간들이 태초부터 누려왔던 자연의 선물을 내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행운처럼 느껴졌다.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출발하면서 룸미러로 힐끗 엘리를 보니, 하루 종일 과일 따고 동물과 노느라 지쳤는지 눈이 거뭇거뭇하게 감기고 있었다.
"엄마, 우리 또 올 거지?"
"그럼, 아빠 시험 끝나면 같이 와야지."
"해리 보러?"
"그래, 해리 보러."
트렁크에서 복숭아와 블루베리가 담긴 바구니가 달그락거리는 소리만 울리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사진과 동영상을 한국에 있는 친정엄마에게 보냈다. 1분도 안 돼서 전화가 왔다.
"야! 동물이 얼마나 더러운데 애한테 만지게 해! 세균 옮으면 어떡하려고!"
"엄마, 여기선 다들 이래. 엘리 되게 좋아했어."
"아이고, 남편은 같이 갔니?"
"Bar 시험 준비하느라 못 갔지. 나랑 엘리 둘이 다녀왔어."
"뭐? 너 혼자 운전해서? 사고나면 어쩌려고!"
또 다시 시작된 잔소리에 귀가 따가웠다. "네네, 알겠어요~" 하고 전화를 끊었다.
신기한 건, 한국에서 매일 소독제와 물티슈를 달고 살던 때보다 엘리가 더 건강해졌다는 거다. 감기도 덜 걸리고, 밥도 잘 먹고, 무엇보다 튼튼해 보였다.
'혹여나 불면 날아갈까' 전전긍긍하던 내가, 너무 아이를 멸균실에만 가둬놓고 살았던 건 아닐까?
그렇게 그 여름, 나와 아이는 한 뼘 또 자라나고 있었다.
< 임파서블 에이커 농장 정보 >
- 위치: Davis에서 차로 20분 (Woodland 방향)
- 입장료: 성인 $5 (2세 이하 무료)
- 과일 따기: 파운드당 $2-3 (계절별 상이)
- Animal Barn: 입장료에 포함
* 팁: 오전에 가면 더 시원하고 과일도 신선해요
* 준비물: 물티슈, 간단한 간식, 여벌옷 (아이용)
* 주의: 현금 준비하세요! 카드 안 받는 곳도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