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4 주일)
삼부르 오지,
무루와 교회(무루와 엘레멘테키 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드렸어요.
'오지'는 인간의 접근이 어렵고 인적이 드문 깊은 내륙의 땅"을 말한다. 오늘 우리가 방문한 무루와 교회처럼 삼부르에서도 깊숙이 들어가 있는 이곳은 전기도 수돗물도 얻을 수 없는 곳이다. 그래도 설마 하니 허름한 예배당이라도 있겠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정말 허허벌판이었다.
"교인들이 길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우리와 함께 교회까지 걸어가는 거죠~~!!"
김미정 선교사님의 말을 듣고 나서 우리는 나름대로 상상을 했다. 그들과 함께 걸어갈 때 우리는 어떤 포즈를 취하면서 가면 좋을까? 워낙 흥이 많은 이들이라 그냥 걸어가지는 않을 테고 그러면, 함께 춤을 춰야 하지 않을까?^^ 비탈을 오르는 차 안에서 그들과 함께 어우러져 걸어가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그런데 목적지까지 거의 다 왔는데도 무리 지어 있는 사람들은 볼 수 없었다. 간간이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몇몇 사람들만 보았을 뿐 우리가 상상했던 그런 것은 없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아프리카의 변덕스러운 날씨가 문제였다.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먹구름을 보고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교회가 여기라네요. 아무것도 없는 벌판이 교회라고요~!!!
잔뜩 낀 먹구름이 금방이라도 덮칠 듯한 기세다.
작은 계곡을 지나고 산길을 굽이굽이 가다가 차가 멈춘 곳은 벌판이었다. 저곳이 바로 무루와 교회라고 했다. 나무 한 그루가 마치 예배당처럼 서 있었다. 처음 예배가 시작된 자리가 바로 그 나무 밑이라는 것이다. 참 신기하게도 어른과 아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늘 이렇게 주일에 모여 예배를 드린다는데 시계가 없는데도 때를 맞춰 모이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오, 다행이다. 아까 하늘을 덮을 것 같은 먹구름은 아직 이곳에 도착하지 않았다. 예배드릴 동안 하늘은 더없이 맑고 푸르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고 여러 차례 특순을 준비했다. 어린아이부터 청. 장년에 이르기까지 노래와 율동이 함께 어우러져 즐겁게 예배를 드린다. 저마다 가장 아름다운 장식으로 치장을 하고 먼 길을 걸어서 걸어서 온 아름다운 발들이다. 여성들의 화려한 의상과 목에 건 비즈공예가 눈에 띈다.
박민부 목사님은 이렇게 설교했어요.
스콧 해밀턴을 아세요~~!!!
스콧 해밀턴은 피겨 스케이팅 금메달 리스트지요. 하지만 그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삶이었어요. 생후 6개월 만에 친부모에게 버림받고 양부모에 입양이 되었어요. 2살 때부터 괴질에 걸려 7년 동안 병원을 전전하는 삶을 삽니다. 코에 튜브를 끼고 음식을 먹어야 하는 고통스러운 시간도 보냅니다.
9살 때부터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하여 4회 연속 전미 선수권대회와 세계 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하게 되지요. 드디어 26세 때 사라예보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땁니다. 그러나 고환 암과 뇌종양과 뇌하수체 암에 걸리게 됩니다. 그는 늘 고난과 질병과 싸워야 했지만 신앙의 힘으로 일어섭니다.
"얼음판 위에서 저는 항상 혼자가 아니었습니다."라는 고백의 말처럼
우리 인생길을 우리 혼자가 아닌 예수님과 함께 동행하는 삶을 사는 것이
행복의 삶입니다.
말씀을 듣는 또랑또랑한 눈빛의 아이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헌금을 드렸다. 차례차례로 나와서 헌금을 드리는 모습이 감동을 주었다. 우리 일행은 이들을 위해 축복송을 불렀다. 그리고 공석수 권선주 팀원부부가 무루와 교회 건축을 후원하는 훈훈한 시간도 있었다. 예배가 끝나자 차이를 한 컵씩 따라준다. 차이는 우리말로 티를 말하는데 우유에 설탕과 물을 섞은 음료였다.
예배가 끝나갈 무렵, 먹구름이 점차 하늘을 덮더니 바람이 부는 모양이 심상치 않았다. 하늘을 보며 그날의 날씨를 예측한다는데, 이건 금방 비가 내릴 거라는 것이다. 예배를 마치면 저들은 다시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제발 많은 비가 내리지 않기를...
예감은 적중해서 우리가 그곳을 벗어난 지 5분도 채 되지 않아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산길을 내려와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 우리는 다시 나이로비로 향한다. 딱히 점심을 먹을 곳이 마땅치 않다며 김미정 선교사가 손수 준비한 도시락에는 김밥과 고구마가 맛나게 들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