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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숲 Mar 19. 2024

르완다에서 부는 바람 20화

마음이 갈급하면 교회 가는 길이 즐겁다

누군가 그랬다. 밥 먹으러 교회 간다고. 웃자고 하는 말 같지만, 그래서 일주일을 즐겁게 기다린다. 나도~!



택시 타고 갈까? 하는 물음에 나는 아니~!라고 답한다. 일찍 서두른 탓에 시간도 넉넉하겠다 이참에 만원이 되는 택시 요금도 아껴볼까. 그러나 무엇보다 버스를 고집한 건 행여 건질 수 있는 무엇이 있을까! 하는 특유의 감성이 한 몫한다. 좋은 것인지 무딘 것인지 나는 불편한 걸 불편한 걸로 잘 인식하지 못한다. 소재가 될만한 걸 흘려보내지 않으려 눈에 담고 마음에 그려 넣고 냄새를 기억한다. 그러나 웬걸! 버스를 타고 금방 후회했다. 오늘따라 코를 찌르는 향수 냄새와 그들이 뿜어내는 특유의 냄새가 더위에 버무려진다. 나는 목이 건조해져  자꾸 물을 들이켠다. 편하게 갈 수 있는 길을 두고 왜 모험을 하려는 것인지. 


오전 9시, 302번 키미롱고행임을 기사에게 재차 확인하고 나서 버스에 올랐다. 햇볕이 정통으로 비치는 몇 자리를 제외하고는 자리가 꽉 찼다. 그래도 자리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아마 버스가 떠나려면 50분은 족히 기다려야 한다. 한 시간에 한 대가 있다고 하니 어림잡아 대충 그렇게 될 것이다. 르완다에 와서 배운 것은 시간에 대해 안달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을 극복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스스로 체득한다. 그러고 보니 천천히 살아가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 내 안에 꽉 차 있는 무엇을 하나하나 덜어내고 있는 것 같다. 나도 덜어내고 당신도 덜어내고. 영원히 붙잡을 수 없는 것들을 놓아주는 연습을 한다. 


창가 쪽을 택해 앉은 남편은 햇빛이 너무 따가운지 르완다식 짧은 머리에 손수건을  얹는다. 이발기로 시원하게 밀어버린 머리 탓에 자주 중국 인사를 듣는다. 

니하오~! 

N0.  Korean. South korea. 

선글라스에 모자를 썼는데도 볕이 모자를 뚫고 들어오는 것 같다. 창 너머 학 몇 마리가 나무 꼭대기에 앉아 날개춤을 펼친다. 남편은 이를 놓칠세라 연신 카메라를 누른다. 숲의 나라답게 꽃, 새, 나무 등을 찍으며 사진사의 진가를 발휘한다. 이 중년 작가의 날렵한 손끝과 매의 눈에서 순간포착되는 작품 덕에 나는 괜찮은 사진을 쉽게 건진다. 


키미롱고행  버스


볕이 쨍한 자리에 삼십 분 이상 앉아 있다 보면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 남편 이마에 땀이 줄줄 흐른다. 그런데 바로 앞에 앉아 있던 이 청년(사진 속 주황색 셔츠), 빈자리를 찾아온 승객에게 자신의 자리를 양보하고, 햇볕이 많이 드는 옆자리로 옮겨 앉는다. 세상에 이렇게 착한 사람도 있구나. 그런데 혹시 아는 사이 인가하고 유심히 봤는데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정작 자신의 목뒤가 땀으로 흥건한대도 얼마 되지 않아 둘은 친한 친구처럼 얘기하고 웃는다. 르완다인들은 어디서나 친구가 될 수가 있구나. 


버스가 떠날 무렵이 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우르르 승객이 몰려온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남학생 둘이 탔는데 아무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 그런 인식이 이들에게는 없는 건지. 덩달아 우리도 엉덩이를 무겁게 붙이고 앉아있다. 현지인들도 꿈쩍 안 하는데 튀는 행동을 하지 말자는 얘기를 남편에게 했다. 잘한 건지 못한 건지 나도 모르겠다. 시동 거는 소리가 들리자 휴~~! 절로 한숨이 나온다.


버스가 움직이자 열어 놓은 창문으로 그제야 술술 바람이 들어와 편한 숨을 쉬게 한다. 옆에 기댄 청년이 몸을 너무 안으로 들이댄다. 얼마나 피곤하면 그러겠나 싶다가도 슬쩍 짜증이 난다. 사실 그 사람이 들어올 때부터 제발 내 옆에 서지 않기를 바랐다. 그 사람이 입고 있는 오렌지색 겉옷은 너무 찌들고 더러웠다. 그런데 딱 내 옆에 기대 자리를 잡는다. 아, 그때부터 내면의 갈등이 어찌나 심하던지. 다행히 얼마 뒤 뒷좌석에 자리가 나서 이동을 했는데 내가 앉은 의자 밑에 발로 밀어놓았던 겉옷은 그대로 두고 몸만 갔다. 


르완다에서 버스를 세 번 정도 타 봤는데 거의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처음에는 조용하게 가는가 싶다가도 갑자기 버스 안이 왁자지껄해진다. 한 사람이 무슨 말을 꺼냈는가 싶었는데 이때를 놓칠 새라 여기저기서 툭 툭 말을 던진다. 옆 사람이 청년이건 중년이건 이때만큼은 서로 어울려 웃음보가 터지듯 웃고 말한다.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으나 저들의 표정을 보면 서로 즐기면서 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음 보는 사람들 같은데 언제 저렇게 친해질 수 있을까. 웃고 떠들며 마치 나들이 가는 모습 같다. 옛날 마을버스 같은 느낌이랄까. 앉아있는 사람과 서 있는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나도 어느새 즐거운 무리 속에 섞여 즐거워진다. 그러다가 갑자기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진다. 다시 입을 딱 다문다. 


키미롱고 재래시장 외부


승객들은 잡고 있던 손잡이를 천정이나 손잡이 대에 대고 탁탁탁 치는 걸로 하차 신호를 보낸다. 그렇게 몇 번 서더니 키미롱고 터미널에 도착한다. 출발해서부터 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기다린 시간을 빼면 이 정도면 빨리 온 셈이다. 키미롱고 터미널에는 큰 재래시장도 있어 평소에도 상당히 복잡하다. 주일에도 마찬가지다. 정차해 있는 건너편 버스에서 외국인을 향해 아이가 손을 흔든다. 나를 보고 그러는구나!!! 내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잠시 착각한 순간이다. 


주사랑 한인교회 


버스에서 내리는 승객들을 태우려고 모토가 집중해 있다. 여기에서 1.5킬로 정도 걸어가면 교회다. 지금은 좀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길이 멀게 느껴져서 마치 <교회 가는 길> 다큐를 찍는 것 같다는 농담도 했다. 한국에서는 너무 많은 것이 주어져서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느끼며 산다. 교회까지 걸어서 갈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도 깨달으며 산다. 그때는 그것이 감사인지도, 행복인지도 몰랐다. 그냥 주변에 널려진 편리함 때문에 너무 많은 것을 쉽게 누렸다. 르완다에 와서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교회의 낮은 지붕 밑으로 내려가는 길은 늘 겸손하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뗄 적마다 고개를 숙여 한 길을 바라보게 된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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