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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숲 Apr 30. 2024

르완다에서 부는 바람 26화

행복은 어디에서 올까요 

<인생은 조약돌>이라는 글을 읽고 행복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남편이 가족방에 올려주는 글을 그동안 고맙게 생각하며 읽은 적이 별로 없습니다. 때로는 다 읽지도 않고 그냥 넘겨버리기 일쑤였죠. 그런데 오늘 이 내용은 읽을수록 삶의 지표가 됩니다. 고대 아라비아 광야를 건너는 세 상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낙타를 타고 이동하는 중이었는데요 어느 날 마른 강바닥을 걷고 있던 중 "멈춰라!" 하는 큰 음성을 들었답니다. "누구세요?" 하고 물었더니 또다시 음성이 들렸습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너희는 내가 말하는 대로 하면 나는 너희를 해치지 않을 것이다. 

발 앞에 조약돌이 보이느냐? "너희들은 각자 조약돌 하나씩을 주어 호주머니 속에 넣어라."


상인들은 각자 조약돌을 하나씩 주어 호주머니에 넣고 들려오는 음성대로 날이 밝을 때까지 쉬지 않고 그곳을 떠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딱 한 가지 말씀을 남겨주었지요. "아침이 되면 너희는 행복한 동시에 슬플 것이다"라고요. 상인들은 이 말이 무슨 뜻일까? 의아해하며 길을 재촉했답니다. 드디어 날이 밝아오자 상인들은 저마다 호주머니에서 조약돌을 꺼내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것은 보석이었어요.!!!


기쁨에 들떠 소리칩니다. "보석이다!"라고요. 그때부터 상인들은 행복한 동시에 매우 큰 슬픔에 빠졌습니다. 강바닥에 수많은 보석들이 깔려 있었는데 겨우 하나씩만 가지고 왔다는 허탈감에 속이 무척 상했지요. 그런 마음으로 뒤를 돌아보자 광야에 심한 바람이 불더니 그들이 왔던 발자국을 모두 지워버렸답니다. 우리의 삶도 광야를 지나면서 수많은 조약돌을 밟고 지나갑니다. 우리 또한 가장 귀한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것을 하찮게 여기고 지나가며 우연히 한 개의 조약돌을 줍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나의 60년 지나온 광야를 돌아보게 됩니다. 하나님은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 같던 내 인생의 여정을 이렇게 생각지도 못했던 르완다로 인도해 주셨어요. 내 생은 늘 열등감으로 가득했지요. 왜냐하면 남들처럼 대학의 정규과정을 제때에 밟을 수도 없었고 지금은 고인이 된 아버지, 가장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아버지로 인해 나는 늘 주눅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어린 마음에도 엄마의 삶에 등불이 되고 싶었어요. 그것이 광야의 길이었다면 그 길에 동행하시는 하나님은 이후에 더 많이 공부할 수 있게 해 주셨고 맘껏 글을 쓸 수 있도록 길을 터주셨습니다. 


하나님이  길을 이미 아시고 계획 속에 걸어왔음을 살아가면서 느낍니다. 내 힘으로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고백하게 되는데 늘 나의 빈자리를 채워주십니다. 생각만 하고 있으면 어느새 그 자리에 와 있음을 깨닫습니다. 그런데 아직 나는 믿음이나 비전이 매우 약합니다. 권사 직분을 받고 교회에서 봉사를 했더라도 나는 겁도 많고 조심스럽고 선뜻 도와주지도 못합니다. 


내가 밟고 있는 이 땅 르완다. 아프리카 동쪽에 있고 에티오피아에서 2시간 30분가량 비행을 해야만 도착합니다. 인천에서 거의 19시간가량 걸리는 곳입니다. 낯설고 적막감의 무게로 힘들어하던 시간을 이제 조금 벗어나는 것 같아요. 조금씩 이웃을 알아가고 그들 또한 우리 얼굴을 알아갑니다. 조깅을 하다 보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친근하게 웃는 이들을 많이 만납니다. 그들은 외국인이 자기를 알아주는 것이 고마운가 봅니다. 손을 먼저 들고 헬로~! 하면 더없이 반가워합니다. 


고국에서 느끼지 못하던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외국인에 대해 별 관심을 두지 않지요. 저 또한 그랬습니다. 동네 거리에서 흑인이나 백인들을 만나도 인사는커녕 관심조차 없었어요. 그런데 여기는 자기 일을 하다가도 돌아서서 인사를 건넵니다. 이렇게 4개월째를 보내다 보니 우리 부부를 기억한다는 사람들이 생겼어요. 조깅할 때 봤거나 길을 가다가 인사를 하더라는 그런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습니다. 


현지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영어도 안되고 더더군다나 현지어는 더욱 안되고 그러다 보니 사방이 꽉 막힌 광야 같았어요. 뒤처져서 가는 사람의 고충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내가 그렇기 때문에 타인도 이해가 되는 것이지요. 이 과정을 모르는 사람은 그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옳은 줄만 압니다.  저마다 굴러가는 시간이 다르더라고요. 저희 아이 셋 중에서 유독 느리게 가는 아들, 그래서 부족한 아이가 눈에 띄고 끌어안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 아들이 지금 훌륭하게 자라 대한민국의 장교가 되었고 앞으로 또 하나님이 어떠한 길로 그 아이를 인도하실지 사뭇 기대가 되는 것입니다. 



지난주에는 무슨 약속이 그리 많이 생기는지 며칠 동안 점심시간이 꽉 찼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생긴 일이었는데요. 그 덕분에 나는 브런치 글을 쓸 시간조차 부족했답니다. 누군가와 함께 점심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행복한 조약돌을 줍는 것입니다. 남편은 그래서 버스를 타거나 동네에서 청년들을 만나면 가급적 얘기를 해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말입니다. 그들이 지금보다 나은 내일을 향해 비전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네요. 


이웃 주민인 임마누엘과 브라이언 형제와 어렵게 마련한 점심 식사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부모님도 안 계시네요. 남편이야 그들과 자유로운 소통이 되지만 나는 몇 개의 말을 제외하면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있었습니다. 귀를 아무리 쫑긋거려도 안되더라고요. 몸이 힘들었는지 집에 와서 바로 넉 다운되었어요.  저녁밥 지을 때까지 깊은 잠에 빠졌답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소중한 조약돌을 밟고 지나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무엇이 소중하고 무엇이 귀한지를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사랑하고 섬기며 살아가는 일을, 지나치지 말고 바로 볼 수 있는 밝은 눈과 귀가 열리기를 소망합니다. 


첫째, 할 일이 있고,
둘째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셋째 희망이 있다면 그 사람은 지금 행복한 사람이다. <K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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