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성과 사랑을 찾아서

by 고석근

잃어버린 성과 사랑을 찾아서



중국의 소수민족 모쒀족은 아직도 모계사회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계 싱가포르인 변호사 추와이홍의 ‘어머니의 나라’를 읽으며 우리의 성과 사랑을 생각했다.


거기에서는 남자들이 한없이 부드럽다. 가부장 사회의 남성들처럼 힘으로 여성을 지배하려 하지 않는다.

남자들은 여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온 정성을 다한다. 마음에 드는 여성이 있으면 멀리서 노래를 부른다.

길을 가던 여성은 노래를 들으며 노래를 부르는 남성의 마음을 읽는다. 마음에 들면 노래를 불러준다.


얼마나 멋진 ‘밀당’인가? 새들과 곤충들도 이렇게 사랑을 한다. 수컷 새가 나뭇가지에 앉아 노래를 부른다.

멀리서 암컷 새가 화답을 한다. 수컷 나비, 수컷 매미들도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암컷의 마음을 얻으려한다.


어느 문화학자는 가부장 사회의 남자를 “개 아니면 애”라고 말했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맞는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남성들이 젊은 시절에는 ‘마초(남자다움을 지나치게 과시하는 남자)’였다가 나이 들어서는 드라마를 보며 느닷없이 눈물을 찔찔 흘리지 않는가?


모계사회의 남성들은 다르다. 그들은 한평생 어머니 집에서 살아간다. 가장인 어머니를 통해 자연스레 여성을 대하는 법을 배운다.


여성은 ‘생명성(生命性)’을 항상 잃지 않는다. 모든 생명을 낳고 기르고 죽어서도 품는 땅의 여신이다.


남성은 이 생명성이 약하다. 그래서 원시인들의 남자들은 가혹한 성인식을 거쳐 어른이 되었다.


성인식이 없는 문명사회의 남자들은 어른이 되지 못한 채 아버지가 되고 이 사회를 이끌어간다.


그들의 성과 사랑은 폭력적이 될 수밖에 없다. 가부장 사회의 문화 속에서 그는 자연스레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남성으로 길들여지기 때문이다.


베른하르트 슬링크의 소설 ‘책 읽어주는 남자’를 읽으며, 나는 내 안에서 뜨거운 기운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눈시울이 자주 붉어졌다.


우리가 잃어버린 성과 사랑을 보았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다음 날 그녀와 만났을 때 그녀에게 키스를 하려고 하자, 그녀는 몸을 뺐다. “그 전에 먼저 내게 책을 읽어줘야 해.” 내가 그녀의 집에 올 때 함께 가져온 욕망은 책을 읽어주다 보면 사라지고 말았다... 책 읽어주기, 샤워, 사랑 행위 그러고 나서 잠시 같이 누워있기-이것이 우리 만남의 의식(儀式)이 되었다.’


의식(儀式)이 되는 성과 사랑, 얼마나 멋진가! 한 성 교육 강사에게서 요즘 젊은이들의 성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은 모텔에 갈 때 자위 기구를 가져간다고 한다. 그리고는 포르노를 보며 성 행위를 한다고 한다.


그렇게 30분을 보내고 모텔을 나온다고 한다. 참담했다. 기괴하지 않은가? 의식이 되지 않는 성과 사랑은 동물적인 발정만 있을 뿐이다.


오랜 가부장 사회의 문화와 물질만능 사회의 문화가 함께 만들어낸 우리의 슬픈 성과 사랑이다.


아름다운 성과 사랑을 잃어버리게 되면, 그 에너지가 돈과 권력으로 가게 된다. 돈신(神)을 섬기며 약한 사람을 지배하고 강한 사람에게는 복종하게 된다.


모든 인간관계는 사디즘(가학증)과 마조히즘(피학증)이 된다. 이런 관계 속에서 성과 사랑은 가학- 피학의 변태가 된다.


아름다운 성과 사랑을 꽃 피우는 모쒀족의 남녀는 항상 평화롭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인류의 원초적인 성과 사랑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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