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술

by 고석근

사랑의 기술


만일 내가 어떤 사람에게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나는 당신을 통해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세계를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나 자신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에리히 프롬 Erich Fromm (1900-1980,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프랑스의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의 소설 ‘고리오 영감’의 주인공 고리오 영감은 자신의 딸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이 뭐가 문제냐고 항변한다.


“나는 딸들이 기뻐하기 때문에 살지요. 사랑하는 방법은 사람에 따라 각자 다른 법이요. 내 방법은 아무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소. 그런데 왜 세상 사람들은 나에 대해 말이 많은지 모르겠소. 나는 내 방법에 만족하고 있소.”


고리오 영감은 사업에 성공하여 신흥 부르조아가 된 사람이다. 오로지 돈만 쫓은 사람이 자식을 사랑할 수 있을까?


에리히 프롬은 그의 저서 ‘사랑의 기술’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한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하려면, 그 한 사람을 통해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세계를 사랑하고, 자기 자신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이 한 사람에 한정되는 건,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이기심’의 발로라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우리의 깊은 무의식에 있는 본성(本性)에서 나온다. 자아의 의식에서 나오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이기심의 또 다른 모습일 뿐이다.


고리오 영감처럼 자신의 이익만 쫓으며 살다보면 본성은 깊숙이 숨겨진다. 모든 것을 자아의 의식으로 보게 된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려면, ‘사랑의 기술’을 익혀야 한다. 기술은 몸에 배이게 하는 것이다.


평소에 자아의 이익이 아니라 본성의 소리를 들으며 살아가면, 본성이 싹을 틔우고 자라게 된다.


본성은 모든 사람의 본성과 하나다. 모든 사람의 마음이 하나로 어우러진다.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게 된다.


고리오 영감이 말하듯, ‘사랑하는 방법은 사람에 따라 각자 다른 법’이지만, 사랑의 기술이 없으면 사랑은 불가능하다.


오늘 공부 모임에서 한 회원이 대학 입시 준비를 하는 아들을 위해 직장을 휴직했다고 했다. 그녀의 얘기를 들으며 가슴이 답답했다.


누구나 자식을 사랑하고 싶어 한다. 문제는 사랑의 기술을 익혔느냐다. 본인에게 사랑의 기술이 있는지를 알려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자신의 마음을 고요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자신 안의 본성이 깨어난다. 본성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본성의 소리가 자신의 진짜 마음이다. 자신이 아는 의식에서 나오는 마음은 세상이 심어준 마음, 자신의 진짜 속마음을 속이는 마음들이다.


그래서 무심하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자신의 진정한 마음을 알 수가 없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자신 안의 본성이 깨어나 우리는 사랑과 지혜의 마음을 지닌 사람이 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또 다른 방법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비춰보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고리오 영감처럼 남들의 소리를 무시하면 꼰대가 되고 만다.


오래 전에 공부 모임의 한 회원이 청소를 하다가 자녀의 일기를 훔쳐 본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단다. 마냥 착하다고 믿었던 딸이 자신을 그렇게도 미워하고 증오하는지를.


우리의 몸은 우리의 마음 그 자체다. 몸을 떠난 마음은 없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려면, 몸으로 사랑의 기술을 익혀가야 한다.


모든 재산을 딸들에게 내주었지만 딸들의 무관심 속에 혼자 쓸쓸하게 살아가는 고리오 영감은 말한다. “나는 하찮은 인간이오. 내가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오.”



내가 알지 못했던 모든 여자를 위하여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모든 시간을 위하여 나는 너를 사랑한다

큰 바다와 따뜻한 빵의 향기를 위하여

첫 번째 꽃들을 위하여 녹는 눈을 위하여

인간을 무서워하지 않는 동물을 위하여

사랑하기 위하여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내가 사랑하지 않는 모든 여자를 위하여 나는 너를 사랑한다


- 폴 엘뤼아르, <나는 너를 사랑한다> 부분



우리는 언젠가 ‘너를 사랑한다’고 느꼈을 때, ‘너’를 통해 이 세상 전체를 사랑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사랑이 모든 생명체를 살아가게 하고, 천지자연을 운행하게 하는 근원의 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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