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고석근


자기보다 못한 사람과는 벗하지 말라. 무우불여기자 無友不如己者.


- 공자, 『논어』에서



어느 대학의 논어 강의 시간, 논어의 학이편에 나오는 말, ‘자기보다 못한 사람과는 벗하지 말라!’


그러자 갑자기 자폐증 장애가 있는 한 학생이 큰소리로 질문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 저는 누가 친구를 해줍니까?”


그 학생의 질문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어린 시절의 아득한 고향 마을이 떠올랐다.


내가 어릴 적 살던 마을에는 나보다 3살 많은 ‘바보 형’이 있었다. 그는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몇 살 적은 동생들과 놀았다.


다들 자기보다 못한 사람과는 벗하지 않는 것이다. 인간은 공자의 가르침이 없더라도 동물적 본능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 바보 형에게서 소위 정상인들이 넘보지 못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음을 알았다.


그가 술집에 나타나면 다들 그를 투명 인간 취급했지만, 가끔 그를 사람 취급을 해주는 어른들이 있었다.


그를 상대해주면, 그는 어눌한 말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그때마다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독특한 유머(어떤 진실을 꿰뚫는 촌철살인)는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했다. 그 누가 그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랴?


그런 점에서 그는 마을에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 요즘 세상에서는 직업적인 코미디언, 개그맨이 있지만, 그의 신선한 웃음을 따라갈 수 있을까?


그의 능력, 우리보다 낫지 않은가? 당연히 그를 벗으로 삼아야 하지 않는가? 근대 사회에 오면, 저능아, 정신 질환자 등 ‘비이성적인 인간’은 이 세상에서 추방당한다.


그는 산업사회에서 유능한 노동력을 발휘하지 못하니까. 경제적인 생산성만 따지니까 그들은 ‘비정상’이 되어 버린다.


‘인간 사회’라는 큰 단위에서 생각해보면 그들은 능력 있는 사람이다. 그들의 순수한 마음을 어느 누가 따라갈 수 있으랴?


머리만 비대해져 우울증 약을 먹어야 하고, 자살하기도 하는 ‘정상인들’이 정말 정상인가?


모든 인간은 다 특별한 능력을 타고난다. 그러니 모든 인간이 서로 벗이 될 수 있다.


자폐증 장애가 있는 그 학생은 어떤 능력이 있을까? 분명히 다른 학생들에게는 없는 그만의 특별한 능력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능력을 발견하고 계발해 주어야 한다. 그가 이 세상에 온 건, 그에게 이 세상을 위한 어떤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오로지 물질지상주의에 빠져, 우리는 자폐증 장애가 있는 학생을 멀리 한다. 그 학생의 질문, “그러면 저는 누가 친구를 해줍니까?”


우리는 “그래, 내가 해줄 수 있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들의 특별한 능력을 계발하며 사는 사람은 당연히 그를 벗하려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의 속물적 가치에 매몰되어 살아가기에 그를 가까이 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무엇인가가 창문을 똑똑 두드린다.

놀라서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본다.


빗방울 하나가 서 있다가 쪼르르륵 떨어져 내린다.


- 강은교,『아주 오래된 이야기』



우리는 언젠가부터 사람을 ‘잘난 사람, 못난 사람’으로 나누게 되었다. 그때부터 외롭게 되었다.


무엇인가가 창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 시인은 놀라서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본다. 그 짧은 찰나의 기대.


‘아주 오래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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