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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근 Nov 10. 2024

취하라   

 취하라      


 취하라, 시간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라, 항상 취해있어라. 술이건, 시(詩)건, 미덕이건 당신 뜻대로.   

 

 - 사를 보들레르, <취하라> 부분           



 시인은 “취하라!”고 외친다. 그런데, 성현들은 우리에게 “항상 깨어 있어라!”라고 가르치지 않았는가?      


 시인이 살던 시대는 근대산업사회가 꽃을 피우던 19세기였다. 하지만, 그는 ‘파리의 우울’을 보았다.      


 그는 물질의 풍요 속에서 우울과 권태에 몸부림치는 근대의 이성적 인간을 보았다. 그는 외친다.     


 ‘취하라, 시간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 술이건, 시(詩)건, 미덕이건.’     


 근대인, 현대인의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화살처럼 날아가는 시간 속에서 발버둥을 치며 살아가지 않는가?     


 그래서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끊어야 한다. 취하여 ‘무시간(無時間)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우리를 취하게 하는 에너지는 프로이트가 말하는 리비도(성본능)다. 우리는 이 리비도를 깨워 늘 무언가에 취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우리는 리비도의 에너지로 사랑의 꽃을 피워야 한다. 사랑의 꽃이 피어나면, 우리는 늘 깨어 있게 된다.     

 우리는 드디어 늘 취해있으면서 동시에 깨어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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