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부부란 여름날 멀찍이 누워 잠을 청하다가도
어둠 속에서 앵하고 모기 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이다
- 문정희, <부부> 부분
사이가 나쁜 부부가 참으로 많다. 나는 부부 사이가 좋다. 나와 아내가 함께 인문학을 공부하기에 그렇다는 생각을 한다.
사랑을 잘하려면 에리히 프롬이 말하는 ‘사랑의 기술’을 알아야 하듯이, 부부가 잘살려면 ‘부부의 기술’을 알아야 한다.
부부는 ‘사랑의 공동체’가 아니라 ‘삶의 공동체’다. ‘부부란 여름날 멀찍이 누워 잠을 청하다가도’
부부는 각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살아야 한다. 부부는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다. 하나가 되면, 반드시 상하가 생겨난다.
부부가 상하의 사이가 되면, 서로의 영역을 함부로 침범하게 된다. 전쟁의 시작이다.
부부는 각자 자유로운 존재여야 한다. 각자 자유로운 존재로서 함께 공동체(가정)를 꾸려 가야 한다.
각자 자유롭게 자신의 길을 가면서,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서로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
‘어둠 속에서 앵하고 모기 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