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시작, 그는 빠르게 나는 천천히

내 마음이 걷기 시작한 날

by 마음이 하는 말


처음에 그는 매력과 호기심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낯설지만 매력적인 사람,

자신의 삶, 경험들을 길게 풀어놓았다.

나는 그 이야기를 경청했고,

그 속에서 그를 더 알고 싶었다.


마치 오랜 겨울 끝에 찾아온 햇살처럼

그의 다가옴은 내 안의 깊숙한,

그동안 아무것도 닿지 않았던 그곳에

따듯한 빛을 머금고 조용히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건 분명 설렘이었고, 그리움이었고,

아주 오랜 기다림의 끝에 피어난 다정한 온기였다.


매일 아침,

소소한 하루의 시작을
“잘 잤어요?”라는 카톡으로 열었고,
그는 정성스레 답을 보냈다.

대단한 말도, 화려한 문장도 아니었다.

그저 따뜻하고 단정한 한마디.

나는 그런 규칙적인 흐름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오늘 어땠어요?”
“잘 자요.”
그런 가벼운 안부 인사만으로도
그 사람이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게 우리 사이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는

작은 신호처럼 느껴졌다.


서로를 향한 마음이
일상 속에서 조용히 오가고 이어지는 흐름이면,
그걸로 충분했다.


매일의 소소한 카톡,
그렇게 그 사람은
나의 하루 속에 조용히 스며들기 시작했다.


선선한 저녁,
한강 공원을 함께 걸었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서툴지만 따뜻한 온기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오늘은 매일 내가 걷던 길을 같이 걸었고,

내일은 매일 가던 길이 아닌,

처음 가보는 길을 그와 함께 손잡고 걷기 시작했다.

그건 단순한 산책이 아니었다.

그 순간, 익숙함은 안도감이 되었고

낯섦은 설렘이 되었다.

그렇게 그와 함께한 걸음마다
내 마음의 지도가 달라지고 있었다.


그 사람은 다양한 경험을 했고,
나는 그 이야기들을 듣는 게 즐거웠다.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걸 경험할 수 있구나.”
다채롭고 유연한 사람.

나는 그런 사람에게서
내가 가진 고요한 리듬이
혹시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차 안,

“매일 가던 산책길인데 이 길을 누군가와 함께 걷는 그런 날이 오네. 그런데 나 좀 심심하지 않아?”

그는 고개를 돌려 말했다.
“아니. 전혀. 내가 동적인 사람이니까
차분하고 안정감 있는 사람이 좋아.
내 옆엔 서연이 같은 사람이 필요해.

지금 같이 일하는 친구도 서연이랑 성향이 비슷해 나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더라고”


그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 사람.. 어쩌면 나에게 특별한 사람이 될 수도 있겠구나.”


특별한 고백도, 드라마 같은 사건도 아니었다.

그냥 함께 걷는 길,

말없이 나란히 앉아 있는 순간,
아무렇지 않게 건넨 안부 인사

그 속에서 묻어나는 조심스러운 진심.

그건
설렘보다 더 깊고,
안정감보다 더 따뜻한 무언가였다.


마음이 살짝 열리는 소리가 났다.

아직은 다 보여줄 수 없지만,
천천히 이 사람에게 마음을 맡겨봐도 괜찮겠다는
작은 믿음이 생긴 순간이었다.


그렇게,

우리가 함께 걷는 발걸음 속에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속도를 맞춰나가기 시작했고,

찰나의 순간순간 속에서

사랑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매일 걷던 길 위에,
오늘은 그가 함께 있었다.

익숙한 풍경이
그의 발걸음과 함께 낯설게 빛났고,

처음 걷는 길을,
그의 손을 잡고 나서야
용기 내어 나설 수 있었다.

그건 단지 길을 걷는 일이 아니었다.

그와 함께한 걸음마다
내 마음의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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