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면서 놀았다.
산이 들이 나눠주는 모든 것들을 아무거나 마구입에 넣고 씹었다.
입에 넣었다가 쓰면 뱉어내고
달면 씹기도 전에 삼키고
심심하면 더 꼭꼭 씹어서 무슨 맛이라도 찾으려고 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어떤 것이 쓴맛이 나는지 단맛이 나는지 심심한 맛이 나는지 알았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같은 장소 같은 모양의 열매도 어떤 계절에 쓴맛이 나는지 단맛이 나는지 심심한 맛이 나는지 알았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열매가 아니어도 쓴맛이 나기도 하고 단맛이 나기도 하고 심심한 맛이 나는지 알았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지천에 깔린 풀 중에도 내가 꼭꼭 씹어서 으깨면 견디지 못하고 숨겨놓은 단맛을 내놓는 풀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으깨고 으깨진 덩어리를 혓바닥으로 꾹꾹 눌러야만 맛볼 수 있는 감질나는 단맛 때문에 풀은 내 입안에서 더 잔인하게 꼭꼭 씹힘을 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