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뛰어! 신호 바뀌었어~" 오늘도 딸아이와 도서관에 간다. 그것도 밤 9시가다 되어가는 시간에. 요즘 도서관이 밤 10시까지 연장 운영 중인 까닭이다. 칼퇴근은 기본이고 발걸음이 경보선수 급으로 빨라진다. 딸아이와의 매일 저녁 도서관 가는 일이 즐겁기 때문이다. 평소 같으면 꺼져 있을 불빛이 반기듯 환하다. 보기만 해도 설렌다.
데스크를 지키는 아저씨와 가벼운 인사를 나눈다.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들릴락 말락 한 소리로 오~주여!라는 소리를 하신다ㅎㅎ 어떤 의미로 그러시는지 좀 더 친해지면 여쭤보고 싶다.
미로 같은 책 길 사이를 걷다 보면 영화의 한 장면 안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다. 책장에 기대어 맘에 드는 책 몇 줄을 읽어본다. 여기 가득한 책을 다 읽는다면 나는 성자가 될 수도 있겠구나! 꿈꾸듯 공상도 해본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미루지 않는 것이다. '카르페 디엠' 절실하게 와닿는 단어다.
감사가 감사인줄 모르고 살던 때가 있었다. 삶은 늘 나를 시험하는 것 만 같았다. 누가 이기나 보자 내기하듯 버틴다고만 생각했던 지난날들을 모두 흘려보낸다. '언젠가'라는 말은 없다. 지금 행복하고, 지금 감사하고, 지금이 소중하다.
딸 아인 딸아이대로 좋아하는 책 코너에서 꿈쩍 않고 집중한다. 나는 나대로. 각자의 시간을 만끽한다. 시간을 두배로 만들어 쓰라고 고명환 작가님께서 그러셨는데내공이 부족한 나는 시간관리가 아직도 어렵다.
시간은 꿀떡을 삼킨 듯 순삭이다. 친절이 묻어나는(두 손을 공손히 모은 채) 직원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저... 저희 퇴근시간이 다 되어서요... 내일 또 오세요~" "아~~ 시간이 벌써 하하 죄송해요". 시계를 보니 10시 1~2분 전 으윽.. 이건 매너가 아니다 싶으면서 "죄송합니다 저희 때문에 늦어 지시네요 "민망하니까 혼자 멋쩍게 웃는다. "딸아 엄마가 둔하면 너라도 눈치 챙겨라~"
일찍 가면 좋겠지만 퇴근하고 식구들 저녁 챙겨서 먹고 가다 보면 한두 시간밖에 이용하지 못한다. 그래도 걸어서 15분 정도 되는 거리를 뛰어서 간다. 시간을 조금이라도 벌어보려고. 바뀌는 신호를 경쟁하며 뛰고서는 놓치지 않고 건넌 것에 서로 기뻐한다. 정말 별것도 아닌 것에.... 데이트하듯 가는 그 시간이 말할 수 없이 좋다.
신청하고 싶은 프로그램도 많다. 그림책 지도사, 글쓰기 수업 등 그러나 아직은 그림의 떡이다. 프로그램수업 시간이 모두 평일 오전인 까닭이다. 그래도 행복하다. 직장에서 자유로운 몸이 되는 날 바로 신청하리라! 해야 할 게 있다는 건 좋은 거다. 놀아도 바쁠 테니 열심히 사는 느낌이 들것이다. 사진으로 기록을 남긴다. 잊지 않기 위해....
삼겹살 먹자는 남편의 응석에 삼겹살도 같이 먹어주고 도서관에서의 책과 딸아이와 보낸 내 하루가 아름답다. 어제는 어제라서 좋았고, 내일은 내일이라서 좋다. 어제는 오늘을 견디는 힘이 되어준다. 내일은 희망의 해가 뜨는 날이다. 어찌 감사하지 않으랴!
마음속으로 "감사합니다"를 외쳐본다. 행복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가장 마지막으로 나오는 주제에 염치도 없이 함박웃음을 짓는 우리 모녀에게 데스크 아저씨는 또 오~주여! 하신다. 왠지 이번에는 무슨 의미인지 알 것만 같다ㅎㅎ다음엔 눈치 챙길게요 ㅋ오늘도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