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빛과 공간을 럭셔리하게

공간에 마음을 더하다

by 이팝

아들이 짧은 기간동안, 독립을 하게 되었다. 원룸 계약을 마치고 짐을 옮겨주던 날, 방 안을 둘러보니 커튼이 없었다. 창가로 쏟아지는 햇살이 환하긴 했지만, 저녁이 되면 어쩐지 허전할 것 같다. 하나 사줄까 하다가, 문득 ‘내 손으로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이 아직은 무덥던 때라, 시폰 원단을 고르고, 커튼 제작 영상을 찾아보았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처음엔 막막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재단을 하고, 주름을 잡고, 한 땀 한 땀 박으니, 하루가 순식간에 흘러갔다. 후들후들하던 원단이 점점 형태를 갖춰간다.



‘이 커튼이 아들의 공간을 조금 더 따뜻하게 감싸주면 좋겠다.’


작업과정이 복잡한 것은 아니어서, 프로일잘러들은 서너 시간이면 족히 만들겠지만, 아마일잘러(희망사항)인 나는 쟁일 걸렸다. 고생한 보람이 있게, 결과물은 스스로도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완성된 커튼을 가지고, 주말에 아들 집으로 가서 달아 주었다. 방 안의 햇살이 부드럽게 걸러지고, 단정한 주름 사이로 은은한 빛이 아름답다. 아들은 창가를 바라보며

“엄마! 정말 잘 만들었네” 하고 엄지척을 한다.

빛의 공간은 그렇게 손끝에서 완성되었다. 고생한 보람이 있는 걸~

그리고 그 빛 속엔, 아들을 위하는 엄마의 마음이 조용히 스며 있었다.


흐뭇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며, 스스로가 기특하다.



keyword
이전 17화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