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더더기 없는 완성.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다.
흑백금사로 짜여진 트위드 원단으로, 7~8부 정도의 카라 없고, 단추도 없는 심플한 재킷을 만들기로 했다. 처음엔 복잡한 요소를 더해 멋을 내고 싶었지만, 능력도 따라가지 않을 뿐 아니라, 간편한 디자인으로 만드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어떤 선택에서든 심플함 속에 숨겨진 깊이가 좋다. 과하고 세밀한 장식보다는 설명이 필요 없는 직관적인 디자인이 좋다. 내가 만든 재킷도 그랬으면 좋겠다. 이 재킷은 카라도, 단추도 없는, 양쪽 주머니만 바깥으로 단 아주 간결한 모습으로 만들 것이다.
하지만 이 심플했던 상상과는 달리, 현실의 난관은 원단이 후들후들하고,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올이 술술 풀려 나가는 바람에, 전체에 심지를 붙이는 작업이 필요했다. 가로 세로 방향을 잘 맞추어 붙여야 뒤틀림이 없기에 조그만 가정용 다림대위에서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그리고, 두꺼운 원단이라 겹쳐지는 부분의 박음질에 재봉실이 자주 끊어졌다. 실을 다시 꿰고, 천천히, 세심한 손길이 필요했다.
드디어, 이렇게 작은 노력들이 모여 재킷을 완성되었다.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고, 오직 본질만 남긴 재킷. 그 간결함이 마음에 쏙 든다. 단순함 속에서 진정한 여유와 만족이 있다. 세상살이도 이와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살면서 종종 깨닫는 것이 있다. 그것은 더하는 것보다 덜어내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사실. 종종 더 많은 것을 갖고, 더 많은 것을 이루고, 경험하려고 아등바등거리지만, 그런 ‘더하기’가 늘 진정한 만족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필요로 가장한 욕망과 욕심의 줄을 타며, 매일 끊임없이 쌓여가는 일상 속에서, 이사 준비를 하듯 무용한 것들을 하나둘씩 덜어내어 본다. 그 홀가분함이 더 많은 여유와 자유, 내적 평화를 느끼게 한다.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고, 중요한 것들에 집중하는 힘. 그래서, 일상을 정리 정돈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도 바로 그런 맥락인가 보다.
이 재킷을 만들면서, 나는 디테일을 덜어내는 법,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는 것들이 얼마나 나에게 많은 자유를 주는지를 오랫동안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