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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들에서 엑셀파이프 난방 보일러까지

by 윤해

2024.09.07

항온동물인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려면 외부 기온이 어떤지 간에 무조건 일정한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온대 기후대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사시사철이 뚜렷하고 겨울철에는 한랭혹한하고 여름철에는 다습혹서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겨울을 보내기 위해 고안된 우리나라의 전통구들방식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방식이다.

구들장의 추억은 우리 세대는 대부분 경험했고 다만 구들장 가열연료가 장작에서 연탄으로 바뀌는 과도기에 우리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도시에서 성장한 친구는 연탄 구들장에서, 시골에서 자란 친구들은 장작 구들장에서 낮이면 신나게 골목에서 뛰어놀다 지친 몸을 밤이면 배 깔고 등짝 찌지며 자고 나면 다음날 아침 콧숨에는 서리김이 뿜어져 나와도 거뜬하게 회복되어 구슬 들고 딱지 들고 운수 좋은 날에는 등짝에 앉은뱅이 나무 철사 스케이트 하나 울러 매고 꽁꽁 언 개천으로 신나게 달려가곤 했다.

온돌 방구들이 새마을운동과 취락구조 개선사업으로 하나 둘 뜯겨 나가고 그 자리를 콘크리트 슬라브가 대신할 때도 우리는 바닥난방의 향수를 잊지 못해 슬라브 위에 온수파이프를 깔고 방통을 쳐 파이프를 묻은 다음 보일러에 온수로 방을 덥히는 바닥난방을 끝내 버리지 못한 민족이다.

우리의 미시사는 이렇게 질기다. 그 질김과 고집으로 우리나라는 독특한 온돌문화를 발전시켜 왔고 그 온돌을 최첨단 아파트에까지 적용했다.

수렵민족의 야만적인 공기가열식 난방에 비하면 온돌문화는 보다 선진적이고 안락하며 위생적인 난방시스템으로 인정받고 있다.

제사장 민족의 아이콘인 백의민족, 간장 된장 고추장으로 대표되는 소금발효민족, 온돌로 상징되는 바닥난방 민족이라는 의식주에서 뚜렷한 특장점을 가지고 있는 우리 민족의 은근과 끈기는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 조상들의 지혜가 집약된 문명의 불씨가 대를 이어 내려온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환경에 적응하는 종이 결국 살아남았고 살아남은 자가 강한 사람인 것이다. 구들장 밑 불길, 즉 고래를 통해 불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온돌 구들난방 민족이 아파트라고 하는 수직 문명을 개발하였지만 여전히 100미터 상공의 초고층 아파트에 살아도 엑셀파이프 온수 보일러가 돌아가야 따뜻한 정을 느끼는 민족이 바로 우리 한민족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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