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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뿐한 삶, 그 어떻게 안되나

by 윤해


2024.05.21

삶이란 무엇인가? 살아간다는 것이 기적과도 같고 범사에 감사해야 하고 하루를 시작함이 천진난만한 어린이가 반짝반짝한 눈동자로 보이는 것마다 새로움으로 가득 찬 발랄함으로 세상을 볼 때 우리는 가히 행복감에 한 발자국 다가섰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살면서 삶의 본질과는 크게 관계없는 갖가지 문제에 봉착한다. 어쩌면 우리가 눈 뜨고 마주하는 거의 대부분의 것들이 우리가 가질 수도 없고 가져봐야 갖고 갈 수도 없는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인생이란 연극에 등장하는 소품 같은 것들에 한눈이 팔려 정작 바라보아야 할 배우는 무시하고 배우에게서 배우지도 못하고 끝나는 한 편의 연극 같은 것은 아닐지 의심해 본다.

이 인생의 연극에서 단연코 주연 배우는 나라고 하는 사람이 맡은 배역이다. 그 연극의 전체 시나리오가 어떻게 흘러가던지 내가 맡은 배역이 주연인지 조연인지 아니면 길가는 행인 같은 엑스트라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은 나라는 배우가 맡은 역할을 어떻게 갈고닦아 그 배역을 잘 소화하여 나라는 배우를 통해 나를 배우는 마음인 것이다.

인생이라는 연극무대에서 혼신의 힘을 다한다는 것은 배우의 비중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다른 역할을 맡은 배우의 배역을 탐하거나 뺏는 자리다툼은 더더욱 아니며 단지 자기가 어떤 배역을 맡았던 그 배역에 몰두하고 만족하며 하루하루를 누리고 조금이라도 개선된 삶을 향해 살아감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믿는다.

우리가 맡은 바 배역에 삼매 하지 못하고 그 배역을 갈고닦기는커녕 늘 눈을 돌려 다른 배우의 화려한 외양을 부러워하고 질시하면서 결국 자기 고유의 특질을 잃어버리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생각해 보는 것이 결국 이 문제를 푸는 해법이지 않을까?

부러워하면 지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지는 것이란 승패의 개념이 아니라 부러워하면 온갖 것들을 짊어지게 된다는 의미다.


알렉산더 대왕과 디오니게스의 만남과 같이 말을 달려 최대 제국을 건설한 알렉산더가 디오니게스에게 너를 위해 무엇을 해줄까라고 물었지만 돌아온 디오니게스의 대답은 내가 햇볕을 쬘 수 있도록 알렉산더가 비켜서 줬으면 한다고 대답한 알렉산더와 디오니게스간의 문답이 결국 우리 삶이 부러움에 미쳐 온갖 무게를 지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이라고 생각한다.


자기의 배역에 몰두하는 배우는 옆도 돌아볼 여유도 없을뿐더러 다른 배역의 배우를 간섭하지도 않는다. 마치 우리가 고난이나 가난에 빠져 있을 때와 비슷한 심리상태에 있다. 내 코가 석자인 상태에서 오로지 자기 처지를 확인하고 보다 나은 상태를 만들기 위해 뚜렷한 목표점을 잡고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이에 반해 부러움을 지고 사는 삶은 풍요라고 하는 욕망과 부러움이라고 하는 질시를 양손에 지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여기저기 주위를 돌아보며 좋아 보이는 것을 양손에 쥐고 어깨에 짊어지고 목에 걸고 발에 매달아 힘겹게 한 발자국 씩 발걸음을 띄는 인생이라는 연극 속에서 연기하는 배우 아닐까?

기뻐하되 기쁨에 젖어 물들지 않고 슬퍼하되 슬픔에 젖어 물들지 않으며, 분노하되 분노에 젖어 물들지 않는 상태 이 가뿐한 마음의 상태만이 희로애락 오욕칠정에 놓인 우리 인간을 가뿐하게 해 주어 나를 상하지 않게 만들어 내가 한 인생을 가뿐하게 살아내고 돌아갈 때 오로지 가지고 갈 수 있는 마음을 깃털같이 만들어 우주 창공을 훨훨 날아가는데 장애가 되지 않고 오히려 부력이 되어 살면서 중력에 눌린 내 몸을 갈끔히 해탈하고 가뿐한 마음으로 우리는 우리의 갈길을 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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