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2
사랑이 눈물의 씨앗이면 이별은 눈물의 열매인가? 우리 몸에서 가장 깨끗한 물인 눈물이 눈가를 적시고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이별의 눈물이 잘 익은 홍시처럼 터져서 흐를 때 우리는 비로소 사랑이라는 일생일대의 열매가 우리 마음에 주렁주렁 매달리는 기이한 경험을 하는 것이다.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과정은 어쩌면 쉽고도 어려운 황홀한 순간이다. 전기 스파크가 튀듯 두 사람 사이에 감전이 되듯 본능의 마그마가 분출하듯 강력하게 다가올 수도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이 서서히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고 어떤 상대방과 만나느냐에 따라 둘이 하나 되는 양상의 메커니즘은 천차만별이다.
이것이야말로 도와 덕이 희비쌍곡선을 그리며 교차하는 청춘의 향연이며 태양을 향해 맹목적으로 돌진하는 이카루스의 날갯짓 같은 것이며 본능의 생각이 멈추지 않는 고통의 마그마 속으로 풍덩 뛰어드는 미친 짓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흔히 남녀 간의 사랑을 불같은 사랑이라고 표현하면서 많은 문학작품의 모티브가 되고 가지가지 사연이 애절하게 묘사된 작품 앞에서 웃고 울면서 사랑이라는 인류대서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불같은 사랑 다음에 따라붙는 불장난 같은 사랑은 또 무엇일까? 이 말을 알려면 우선 불의 속성을 알아야겠다. 불을 발견한 초기 우리 인류에게 불은 따뜻한 온기와 더불어 가까이 가면 타서 죽을 수도 있는 양면성을 보여주는 대상이었다.
동굴 속에서 혈거 하던 원시인류에게 불은 피우기도 어렵고 불을 피우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연기를 통제하면서 얼마나 오래 불기운을 유지시키느냐에 따라 생존이 왔다 갔다 할 만큼 중요한 대상이었다.
이렇게 중요한 불에 빗대어 사랑을 표현했으니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실체는 천차만별의 형태로 다가와 우리를 당황하게 하지만 그 속성만큼은 불을 잘 파악해 보면 알 수도 있겠다는 일말의 희망이 보인다.
수구라 불리는 지구를 닮은 우리 인체는 60% 이상의 물로 구성되어 되어있다.
마른 잡풀을 불쏘시개 삼아 부싯돌의 희미한 불씨에 숨을 불어넣어 발화시키고 매캐한 연기를 모닥불의 위치를 이동함으로써 기막히게 조절하여 최대한 불의 온기를 동굴 속에 유지시켰던 경험을 가지고 있었던 혈거원시인류의 하이테크기술을 적용해야만 사랑이라는 본능을 초월하고 지고지순한 영적영역에 도달시킬 수 있다는 원리를 원시인류가 일찌감치 체득했다고 유추해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마른 잡풀에 불 붙이기도 어려운데 물이 가득 찬 우리 몸속에 있는 마음에 사랑이라는 불씨를 점화시키기는 얼마나 어려울까? 이 어려운 점화의 단계를 넘어 마음에 불꽃이 튀어 불같은 사랑으로 불장난이 시작되면 불장난은 불 작난(作難)이 되어 갖가지 어려움이 만들어지고 남녀는 천당과 지옥을 동시에 경험한다.
불타오를 때는 둘이 하나 되자고 다짐했던 굳건한 약속을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어느 한쪽이 빠져나가거나 가족이나 공동체의 터부에 떠밀려 도로 둘이 되는 지경이 되는 이별의 아픔이야말로 지고지순한 청춘이 감당해야 할 극도의 아픔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공감을 넘어 애잔함을 거둘 수 없다.
퇴색하기 싫어하는 희나리같이 생장작 나무에서 나오는 매캐한 연기를 온몸으로 마시며 청춘의 덫같은 사랑 앞에 힘들어하고 있을 동서고금의 수많은 청춘들에게 혈거 원시인류의 불관리 아니 사랑관리 하이테크기술을 배워서 알려주고 싶은 마음은 꿀떡 같으나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 아니라 잃어버린 자의 가슴에 열린 열매와 같다는 만고의 진리 앞에 그저 아연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