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나와 남이 모두 이기는 지혜

by 김태상

기질(temperament)이란 환경이나 학습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한 인간의 고유한 심리적 특성을 말한다. 신체적인 것을 체질이라고 한다면, 심리적인 것을 기질이라고 한다. 타고난 체질이 변하지 않듯 타고난 기질도 거의 변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성격(personality)은 환경이나 학습의 영향을 받아 후천적으로 결정되는, 한 인간의 고유한 심리적 특성을 말한다. 하지만 아무리 성격이 환경이나 학습의 영향을 받아 후천적으로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변할 수 있는 유효기간은 매우 짧다. 즉 유아 시절에 대부분의 성격은 결정되고, 한번 결정되면 기질과 마찬가지로 변하기가 쉽지 않다.


습관(habit)은 기질과 성격이라는 심리적 특성이 만들어내는, 한 인간의 고유한 행동 양식을 말한다. 특히 어떤 행동이 계속해서 되풀이되어가는 과정에서 굳어진 행동 양식을 일컫는다. 습관도 바뀌기가 어렵다. 그러한 행동 양식을 만들어내는 인자가 한번 결정되면 거의 변하지 않는 기질과 성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질과 성격과 습관은 사람마다 제각각 다르다. 연구자들은 연구의 편의를 위해 유형(types)이라는 것을 만들어 그것들을 분류하지만, 같은 유형에 있는 것들도 그저 유사하게 보일 뿐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이 말은 사람 수만큼 기질과 성격과 습관의 수가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극히 경계해야 할 점은, 기질과 성격과 습관을 좋고 나쁨으로 이해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들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한쪽 면에서 보면 강점(강한 점)이고, 다른 쪽에서 보면 약점(약한 점)인 것이다. 그래서 그것들을 장점(좋은 점)과 단점(나쁜 점)으로 나눠서는 판단하면 안 될 일이다.

위에서 언급한 말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면, 그것을 근거로 매니저와 팀원 사이에서 벌어진 접전에 대해 관전평을 다시 한번 써보기로 한다. 우선 매니저가 잘못을 했다. 매니저는 크게 세 가지를 잘못 생각했다.


첫째, 팀원의 습관을 교육을 통해 바꾸려 했다. 캐쉬(KASH) 중 교육을 통해 변화 가능한 것은 지식과 기술과 자세이다. 습관은 절대 교육을 통해서 바뀌지 않는다. 습관을 교육으로 바꾸려 한 것은, 교육을 통해 팀원의 기질과 성격을 바꾸려 한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습관을 두고는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입장을 견지해서는 안 된다. 만약 팀원의 습관이 예전과 비교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었다면, 그것은 교육을 통해서가 아니라 팀원 스스로가 자기반성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매니저는 팀원이 자기반성을 할 수 있도록 그 장만 열어주면 된다. 어떻게? 바로 ‘팀원 본인만의 비교’가 그 해답이다. ‘남과의 비교’는 절대 금물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남과 비교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그것은 팀원을 더욱 엇나가게 만들 뿐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그래도 네 수입이 전 직장보다 나아졌으면 좋겠다. 우리가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데, 돈이라도 많이 벌어야 하지 않겠니? 수입이 전보다 떨어지면 매니저인 나는 네 얼굴을 볼 염치가 없다. 그저 미안할 뿐이지.”


둘째, 팀원의 습관을 꾸중이나 명령으로 바꾸려 했다. 매니저는 팀을, 조직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팀원을 그러지 말라는 꾸중과 이렇게 고치라는 명령으로 관리하려고 했다. 네버 에버(Never ever)다! 그렇게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설사 조직이 깨어지는 한이 있어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단 한 번이라도, 단 한 명의 팀원에게라도 그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팀원들 앞에서 팀이, 조직이 너 때문에 와해되고 있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해답은 바로 ‘꾸중 대신 칭찬’, ‘명령 대신 부탁’에 있다. 열 번 칭찬에 안 넘어가는 팀원 없다. 열 번이 부족하면 골백번이라도 칭찬을 더해야 한다. 지쳐서 꾸중으로 바뀌면 안 된다. 단 한 번이라도 꾸중을 해서는 안 된다. 꾸중을 하지 않고 인내하는 것이 리더의 능력이다. 오늘날 인정받는 리더십은 꾸중과 명령이 아니라 칭찬과 부탁에서 비롯된다.


이렇게 얘기하면 매니저는 성인군자가 되라는 뜻이냐고 반박할 수 있다. 맞다. 매니저도 기질과 성격과 습관을 가진 평범한 사람이다. 그래서 간혹 실수를 할 수도 있다. 팀원에게 화를 낼 수도 있고, 꾸중을 할 수도 있고, 명령을 할 수도 있다. 만약 그런 상황을 만들었다면, 재빨리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실수를 덮기 위해 상대방의 약점을 잡거나 명령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매니저같이 한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특히 이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칭찬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효능은 팀원에게 사생활 얘기를 털어놓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데 있다. 꾸중하고 명령하는 사람에게는 자기 속사정을 얘기하지 않는다. 서로 속사정을 털어놓아야 비로소 팀이, 조직이 힘을 얻게 된다. 매니저와 팀원 사이에 끈끈한 사적 커뮤니케이션이 형성되지 않고는 아무리 열정을 불러일으키려 해도 그것은 공허한 울림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칭찬을 한 다음 부탁을 해야 한다. 열 번 칭찬에 한 번 부탁은 효과가 크다. 예를 들면 이렇다. “야, 너는 어쩌면 이렇게 서류정리를 잘하냐. 못 말리는 성격이다. 나도 그렇게는 못하겠다. 우리 팀에서 서류정리 하나는 네가 최고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에 너는 아침 시동이 좀 늦게 걸리는 스타일인 것 같다. 그러면 어떠냐. 괜찮아. 누구는 아침에 강하고, 누구는 저녁에 강하고 하는 거지. 하지만 부탁이 하나 있는데, 일주일에 두 번 있는 지점 미팅에는 꼭 참석하자. 혹시 참석하지 못하면 전화라도 줘라. 내가 그래도 매니저 아니냐. 다른 팀원 보기가 좀 쪽팔리지 않겠니. 그리고 지점장 성격 너도 잘 알지? 이건 비밀인데, 가끔 사람 돌게 만든다.”

셋째, 팀원의 습관을 장점(좋은 점)과 단점(나쁜 점)으로 구별하려 했다. 하지만 나쁜 점과 약한 점은 분명히 다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습관을 좋고 나쁨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강하고 약함으로 이해해야 한다. 매니저가 팀원의 습관을 나쁜 점으로 받아들였다면, 그것은 청산의 대상이고, 약한 점으로 받아들였다면, 그것은 보완의 대상이다. 습관은 절대 청산되지 않는다. 대신 보완은 가능하다. 게으름은 청산되고, 그 자리에 부지런함이 앉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그것은 불가능한 기대이다. 게으름은 그대로 두고, 그 자리를 다른 강점으로 보완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내가 보기에 너는 남미 사람처럼 낙천적인 성격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네가 항상 부럽다. 나도 너 같은 성격을 가져보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네가 보기에도 내가 좀 그렇지? 그래서 이놈의 성격 때문에 팀원들을 힘들게 만드는 것 같다. 항상 미안하지 뭐. 자, 이것 좀 봐라. 너의 느긋한 성격이 그대로 나오잖니. 활동량이 다른 팀원에 비해 절반밖에는 안되잖아. 괜찮아. 게으른 사람이 부지런해지려고 하면 오히려 망해. 너는 비록 적은 활동량이지만 친근감이 있고 유머 감각이 있잖니. 그것을 더욱 개발해서 승률을 올리는 거야. 다른 팀원이 일주일에 열 명을 만나서 세 명을 고객으로 만든다면, 너는 다섯 명을 만나서 세 명을 고객으로 만드는 거지. 너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너는 남에게 없는 너만의 강점이 많잖아. 그리고 너만의 시장을 만들어봐. 너랑 가장 말이 잘 통하는 시장 말이야. 이를테면 너는 전에 사업을 했으니 자영업자나 개인 사업가를 주요 시장으로 설정해 공략하는 거지. 알았지? 부지런해지려고 용쓰면 넌 나한테 죽는다. 그래도 지점 미팅에는 나와라. 못 나오겠으면 전날 밤 나랑 같이 지점에서 자자.”


이 세 가지 유의점이 매니지먼트의 전부이다. 깨지고 부서지고 결국 좌초되는 조직은 모두 서로 다른 기질과 서로 다른 성격과 서로 다른 습관이 서로 다른 그것들을 인정하지 않고 갈등을 만들기 때문에 그렇다. 단지 나와 다를 뿐이지 나와 다르기 때문에 남이 틀린 것은 아니다. 특히, 영업조직처럼 매니저와 팀원이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관계를 유지하는 비즈니스 파트너형 조직이라면 더욱 위의 유의점을 명심해야 한다.


매니저는 이런 식으로 반박할지 모른다. “그걸 누가 모르나요? 팀원이 한두 명일 때는 그게 가능했어요. 하지만 팀원이 다섯 명, 열 명으로 늘어나면 불가능해요. 팀원마다 개별적으로 매니징을 한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에요.”


하지만 이것은 핑계다. 팀원이 한두 명일 때부터 위에서 언급한 유의점을 착실히 지켰다면, 팀원이 열 명이 아니라 백 명으로 늘어나도 개별 매니징은 가능하다. 그 이유는 이렇다. 사람들은 항상 상대방을 평가한다. 우리 매니저는 이런 사람이다 하는 식으로 팀원들은 자신의 매니저를 평가한다. 이때 팀원들이 위의 유의점을 잘 지키는 매니저로 평가한다면 그게 그 팀의 전통이 된다. 팀원이 아무리 많이 늘어나도 그 전통은 유지되고, 유지되는 한 매니저는 유리하다. 후배 팀원이 아무리 매니저를 깎아내리려 해도 선배 팀원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매니저 편을 들게 된다. 조직은 그러한 전통이 지키는 것이다. 조직은 매니저가 지키는 것이 아니라 조직원이 지키는 것이다. 매니저는 조직을 지키려 하는 대신 조직원을 지키려 해야 한다. 조직원은 자신을 지키려 하는 대신 조직을 지키려 해야 한다. 정확히 매니저와 조직원의 역할은 바뀌어야 한다.

그렇다면 팀원은 잘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연히 팀원도 잘못을 했다. 팀원은 자신의 약점(약한 점)을 보완하지 못하고 끝내 단점(나쁜 점)으로 만들어 버렸다. 입사 초창기에 품었던 비장한 각오는 길어야 육 개월 정도 유효하다. 보통은 삼 개월이 지나는 시점에서 약효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바로 이 시점에서 나타나는 어쩔 수 없는 약점을 팀원은 경계해야 한다. 본래의 습관이 고개를 서서히 내밀 때 팀원은 그것을 무시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여기에서 팀원은 매우 훌륭한 두 개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밖으로는 고객, 안으로는 팀’이라는 기준이다. 먼저 고객이라는 기준에서 이야기를 풀어본다면, 이렇다. 세일즈맨이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약점이다. 매일 사람을 만나는데 몸에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나면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팀원은 담배를 끊어야 하는가. 그러면 좋겠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약점이 결점으로 나타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얼마든지 담배를 피워도 괜찮다. 즉, 담배를 피우는 것은 약점이고, 그로 인해 상대방에게 냄새를 피우는 것은 단점이다. 담배를 피우되 가방 속에 향수나 구강청정제를 가지고 다니면 된다. 사람을 만나기 전에 그것들을 사용해서 담배 냄새를 제거하면 된다. 약점을 송두리째 청산하려 하지 말고, 약점을 즐기되 단점으로 가는 것만 막으면 된다. 약점을 청산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고, 그래서 가끔은 역효과가 생기기도 한다. 건강 때문에 금연을 결정하는 것과 영업 때문에 금연을 결정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영업 때문에 금연을 결정한 세일즈맨이 있다면, 그는 반드시 그 대가를 무의식중에 바라게 될 것이다. 영업이 잘되지 않으면 영업 때문에 그 좋아하는 담배도 끊었는데 하는 보상심리가 생겨나고, 그것은 결국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그리고 팀이라는 기준에서 이야기를 풀어본다면, 이렇다. 게으름은 약점이다. 하지만 지점 미팅에 참석하지 못할 정도의 게으름은 단점이다. 게을러도 괜찮다. 최소한 지점 미팅에 참석할 만큼만 게으르면 된다. 해야 할 일을 미리미리 준비하지 못하고 닥쳐야만 하는 것은 약점이다. 하지만 매니저에게 아무 상의도 없이 다음 주 활동예정표를 제출하지 않은 것은 단점이다. 일을 닥쳐서 해도 괜찮다. 최소한 매니저와 상의를 해서 활동예정표 대신 활동결과표를 충실하게 작성하겠다고 하면 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팀원은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보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러니까 단점으로 나타내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약점을 즐기면 된다. 만약 실수해서 약점이 단점으로 나타나면, 즉시 사과를 해야 한다. “고객님, 죄송합니다. 제 몸에서 담배 냄새가 나죠? 항상 가방 속에 향수와 구강청정제를 가지고 다니는데 오늘 그만 깜빡했습니다. 다음부터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주의하겠습니다.” “매니저님, 죄송합니다. 지금 가고 있는데 지점 미팅에 조금 늦을 것 같습니다. 빨리 도착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점심은 이 죄인이 사겠습니다. 용서해 주실 거죠?” 단점을 안 만들고, 만들더라도 재치 있게 사과를 하는 것은 나와 남이 모두 이기는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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