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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생각

by 김태상

강아지 생각


집을 나와야 밥 먹는 강아지

그 못된 버릇 못 고치고

밤마다 아파트 벤치에 앉아

강아지 밥을 먹인다

손바닥에 한 움큼 퍼서 올려주면

집에선 입도 대지 않는 사료를

날름거리며 잘도 먹는다

종일 혼자서 식구들 냄새로

허기를 채운 녀석은

아빠를 기다리는 게 맞다

산책은 아빠, 잠은 엄마, 놀이는 언니

할 일을 정해준 것도 녀석이 맞다

태어나 달 지난 아기 때

우리 집을 찾아온 것도 녀석이 맞다

살면서 정이 든다는 건,

시나브로 걱정이 깊어진다는 건

세상 경계를 허물어 하나가 된다는 것

사서 고생한다는 너스레는

아빠의 즐거운 엄살

그래 강아지야, 달밤에 산책 나가자

지친 귀갓길, 아빠 맘이 봄바람처럼 살랑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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