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생각
집을 나와야 밥 먹는 강아지
그 못된 버릇 못 고치고
밤마다 아파트 벤치에 앉아
강아지 밥을 먹인다
손바닥에 한 움큼 퍼서 올려주면
집에선 입도 대지 않는 사료를
날름거리며 잘도 먹는다
종일 혼자서 식구들 냄새로
허기를 채운 녀석은
아빠를 기다리는 게 맞다
산책은 아빠, 잠은 엄마, 놀이는 언니
할 일을 정해준 것도 녀석이 맞다
태어나 두 달 지난 아기 때
우리 집을 찾아온 것도 녀석이 맞다
살면서 정이 든다는 건,
시나브로 걱정이 깊어진다는 건
세상 경계를 허물어 하나가 된다는 것
사서 고생한다는 너스레는
아빠의 즐거운 엄살
그래 강아지야, 달밤에 산책 나가자
지친 귀갓길, 아빠 맘이 봄바람처럼 살랑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