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사람은 떠난 사람
- 기형도를 읽는 밤
떠날 사람은 떠난 사람
덤덤히 내려쓴 아홉 글자에
가슴 먹먹한 밤,
잠든 그대 얼굴에 이별 보이네
떠나지 못한 아쉬움은
멀리 간 그리움보다 사무치는 법,
영 떠나지 않음은
고단한 삶을 함께하려 함인가
오독誤讀은 밤의 특권,
그대 마음을 내 맘대로 읽는 밤
이미 떠난 사람, 곁에 있으니
아침이 오면 헝클어진 그의 머릿결
세상에서 제일 곱게 빗어 주리
그대 잠들어 있는 나의 집,
벽에 걸린 가훈처럼
무시로 속을 헤집는 아홉 글자
떠날 사람은 떠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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