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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사람은 떠난 사람

by 김태상

떠날 사람은 떠난 사람

- 기형도를 읽는 밤


떠날 사람은 떠난 사람

덤덤히 내려쓴 아홉 글자에

가슴 먹먹한 밤,

잠든 그대 얼굴에 이별 보이네

떠나지 못한 아쉬움은

멀리 간 그리움보다 사무치는 법,

영 떠나지 않음은

고단한 삶을 함께하려 함인가

오독誤讀은 밤의 특권,

그대 마음을 내 맘대로 읽는 밤

이미 떠난 사람, 곁에 있으니

아침이 오면 헝어진 그의 머릿결

세상에서 제일 곱게 빗어 주리

그대 잠들어 있는 나의 집,

벽에 걸린 가훈처럼

무시로 속을 헤집는 아홉 글자

떠날 사람은 떠난 사람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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