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그러던데
아버지가 그러던데
효도관광 같은 거 생각도 말래
쓸데없이 돈 쓰지 말고 대신 아프지 말래
그런 아버지 때문에 울지도 웃지도 못한 건
아버지와 맞서 싸울 힘이 없어서야
앞과 뒤가 안 맞는 아버지의 말이
시간이 지나면 신기하게도 들어맞거든
그때마다 화가 났어,
그래서 집을 떠난 거야
아버지가 그러던데
상처가 생기고 깊어지고 아물지 않을 거래
그럴 땐 생각을 멈추고 따뜻한 곳에서 잠을 청하래
그런 아버지의 안부를 묻지 않은 건
몸의 피가 언제나 뜨겁게 나를 감싸 흘러
멀어질수록 더 가까워지는
아버지의 향수 때문이야
이상했어, 어느 날부턴가 내 헛기침에
아버지의 음성이 붙어 있는 거야
아버지가 그러던데
늦은 건 아무것도 없대 정말 그렇대
아들도 알아보지 못하면서 반갑다고 그래
그런 아버지가 말하던 고비란 걸
몇 차례 넘긴 후에 난 돌아왔어
읽던 책을 덮고 잠든 아버지의 얼굴을 봐
깊게 패인 주름에 남은 이야기가 적혀 있어
속상했어, 세상의 모든 언어를 잃어버린
아버지와 미치도록 대화하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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