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좁은 기억의 틈으로
비집고 나온
나의 시는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곳에서
길을 잃고 맙니다
자음과 모음의 조합으로
그럴듯한 친화력을 발휘하는
나의 시는
바람을 거슬러 길을 내는
무모한 짓을 하려 합니다
나의 시를 읽으며
시인이란 바람의 방향을 바꾸는
사람이라고 추켜세울 때
나의 시는
또 길을 잃고 맙니다
보이지 않는 바람을
제 몸 눕혀 알려주는
저 길에 난 풀과 꽃과 나무를 보며
나의 시는
비로소 낮아지려 합니다
바람의 방향은
바람도 모르는 것을
부는 대로 사는 대로 따르려는
나의 시는
이제 좀 솔직해지려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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