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일요일 회사에 간다
야구모자에 찢어진 청바지 면티 한장
나는 가끔 일요일 회사에 간다
텅 빈 사무실에 들어서면
헐렁하던 공기는 이내 팽창을 서두르고,
일주일 내내 목을 옥죄던 공간 속으로
난 경쾌한 휘파람을 밀어넣는다
무슨 일이든 해야 하는 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짜릿함,
일요일 회사는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나만의 서재, 나만의 카페, 나만의 놀이터
맨발 차림으로 회사 카우치에 누워
가져온 책을 읽거나 낮잠을 즐기며
고단함과 부대낌으로 가득한 공간을
느긋하게 정화한다
어리석은 내가 내일도 잘 버틸 수 있게
회사를 채우고 있는 모든 책상과
컴퓨터와 파티션에게
선심을 베풀어달라 간청한다
되는대로 귀가하는 나는 일요일 회사에 간다
산보하듯 그냥 놀러간다
이미지 출처 : Pixabay